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새 2022.3.26.흙.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 네 마음이 어떠니? 하늘을 날다가 땅이나 나무에 내려앉는 새를 보면 네 마음이 어떠하니? 새하고 네가 한마음으로 잇닿은 줄 느끼니? 새랑 너는 하나도 안 잇닿았다고 생각하니? 그저 남남이라 딱히 생각이 없니? 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새는 너를 바위나 나무처럼 여기지. 새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새는 문득 ‘앉아서 노래하기 즐거운’ 바위나 나무가 있다고 여겨 네 머리나 어깨로 옮겨앉아. 이때에 네가 가만히 서거나 앉아서 마음으로 이야기를 띄우면, 새는 동무랑 이웃을 불러서 너를 둘러싼 채 노래잔치에 수다잔치를 벌인단다. 너는 새가 온누리를 날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들어 보겠니? 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새기면서 이 모든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를 새한테 풀어서 속삭여 보겠니? 새는 날갯짓으로 바람을 탄단다. 너는 눈빛을 밝히는 싱그럽고 상냥하면서 즐거운 마음빛일 적에 온누리 어디로든 곧장 가로지르면서 마실을 누리지. 때로는 이 땅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싶기에 사뿐사뿐 천천히 거닐면서 온누리를 누리고. 그러니 보렴. 새를 가만히 보렴. 새를 잘 보고 싶다면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싱그러이 흐르는 자리를 골라서 즐거이 웃음짓는 낯빛으로 가만히 서서 마음으로 불러 봐. 네 마음빛을 맞이하고 싶은 새는 언제 어디에서나 가볍게 날아앉는단다. 네 따순 기운을 느끼면서 온갖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고 싶거든. 풀꽃나무하고 바위는 늘 새를 아늑히 맞이하면서 ‘이야기노래’를 듣지. 새가 나무나 바위에 내려앉는 뜻을 헤아리렴. 네가 새를 부드러이 사귀고 느긋하게 만나고 싶을 적에는, 너 스스로 바위가 되고 나무가 되면 넉넉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