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누구 2021.12.18.흙.



네가 한다면 기쁘단다. 누가? 바로 네가 하니, 바로 네가 기쁘지. 네가 안 한다면 안 기쁘단다. 누가? 바로 네가 안 하니 바로 네가 안 기뻐. 내가 하니 네가 기쁠까? 아니야. 내가 아닌 네가 스스로 해야 네가 기뻐. 내가 너한테 재주를 부려서 하늘을 날도록 이끈들 너는 기쁘지 않아. 네가 너한테 빛을 뿌려서 스스로 날 적에 네가 참으로 기쁘단다. 해줄 수 없으니 해주지 마. 그저 네가 기쁠 길을 가는 네 기쁜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렴. 너는 너이기에 기뻐. 너는 내가 된들 안 기뻐. 너는 나를 부러워하거나 싫어한들 안 기뻐. 날 쳐다보는 일은 끝내고 너 스스로를 마주할 적에 기뻐. 해주려는 생각은 이제 버려. 해보라는 말도 이제 그쳐. 그저 너 스스로 네가 갈 길을 가면서, 네가 할 일을 하고, 네가 누릴 놀이를 펴고, 네가 할 말을 짓고, 네가 그릴 이야기를 생각하고, 네가 품을 숨(목숨·바람)을 마셔. 너는 스스로 별이야. 네가 스스로 별인 줄 모르거나 못 느끼겠다면, 너는 잊힌 별이야. 너 스스로한테서 잊혀서 갇힌 별이지. 해도 푸른별(지구)도 별이고, 너도 나도 별이야. 꽃도 나무도 별이고, 돌도 모래도 별이야. 책도 종이도 붓도 실도 바늘도 옷도 별이지. 그런데 너희는 이 모두가 별인 줄 못 느끼거나 생각조차 안 하더군. 너희가 스스로 별인 줄 잊으니, 너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숨결’인 줄 잊고, 누구나 ‘별이라는 숨빛’인 줄 잊어. 그래서 너희는 너희 스스로 기쁠 일을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지어서 살 노릇이야. 너를 봐. 너를 스스로 보면서 기뻐하렴. 네가 스스로 기쁜 빛살인 줄 느껴 봐. 네 기쁜 하루를 스스로 생각하렴. 네가 스스로 기쁘기에 너는 늘 사랑일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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