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3.21.

숨은책 804


《참 아름다운 날들》

 라이너 쿤체 글

 전영애 옮김

 문학세계사

 1989.7.15.



  이 나라에서 만든 총칼(전쟁무기)을 목돈을 받고서 이웃나라에 팔 수 있으면 나라살림이 나아질까요? 총칼을 내다팔아 10조 원을 번다면, 총칼을 벼리고 뚝딱거리느라 1조 원쯤은 썼을 텐데, 그동안 이 나라 들숲바다를 망가뜨렸을 테고, 이웃나라로 퍼진 총칼은 숱한 사람들을 죽이고 드넓은 들숲바다를 부술 테지요. 《참 아름다운 날들》이 오늘날 다시 나오더라도 ‘K-방산’에 짓눌리겠다고 봅니다.



병정들은 쓰러진다. / “그런데 왜 하필 이 병정들을 그렇게 하니?” / “이건 우리 편이 아니잖아요.” (여섯 살짜리/18쪽)


양손에 하나씩 권총을 들고 가슴에는 장난감 기관단총을 메고 있다. / “이런 무기를 보고 너희 엄마는 대체 뭐라시든?” / “엄마가 사주셨는데요.” / “아니 뭐라구?” / “나쁜 사람들을 쳐부수라구요.” / “그럼 좋은 사람은 누구지?” / “레닌요.” / “레닌? 그게 누군데?” / 그애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다가 결국 대답을 못한다. / “너 레닌이 누군지 모르는구나?” / “왜 몰라요. 대장이잖아요.” (일곱 살짜리/19쪽)


미하엘은 십마르크가 넘는 질서침해 판정서를 받고 새벽 세시에야 악기를 되찾을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사회주의적인 공동생활 침해(기타 연주)’ (여운/58쪽)


그 사람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좀 조용히들 해!” 그러더니 나를 곁눈으로 조금 훑어보았다. “당신, 신문에 난 대로 쓰는 거요, 아니면 사람 사는 그대로 쓰는 거요?” (삼림노동자/146쪽)


ㅅㄴㄹ


#KunzeReiner


애써 새로 나온

라이너 쿤체 책은

너무 말랑말랑해서

차마 못 읽겠더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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