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재미 2021.12.14.불.



재미있지 않니? 손을 씻으려고 꼭지를 틀었더니 위쪽에서 솨아아 물이 쏟아지면? “아, 머리 좀 감으라는 뜻이구만?” 하고 여길 수 있니? “아하, 옷 좀 갈아입고 씻으란 뜻이네?” 하고 볼 수 있니? “이크, 아까 제대로 안 씻어서 새로 씻어야 하는구낭?” 하고 느낄 수 있어? 배고픈데 밥이 없으면 재미있지 않아? 너는 “밥이 없다니!” 하고 버럭할 수 있어. 전화를 걸어 밥을 시킬 수 있어. “그럼 밥을 할까?” 하면서 콧노래를 부를 수 있어. “밥이 없구나. 그러면 실컷 굶어 보자!” 하면서 기쁘게 몸을 다스릴 수 있어.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마음으로 그리는 대로 나아간단다. 깨닫는 길을 바라면 빨래하고 밥하고 치우면서 깨달아. 툴툴대는 길을 바라면 눈앞에 마주하는 모든 일에 골을 부리면서 벌컥·왈칵·화르르·바르르·부들부들…… 신나게 불태울 수 있어. 너는 너를 보려고 ‘그 몸’을 입고 태어났어. 너는 너를 ‘보아주(봐주)려고’ 태어났어. 네가 너를 봐주지 않는데, 누가 너를 봐줄까? 네가 너를 보며 눈을 홉뜨거나 치켜뜨는데 누가 너를 보며 웃을까? 네가 너를 보며 거친말·막말 잔뜩 쏘아붙이는데 누가 너를 폭 안을까? 부글부글 끓어오른다면 잎물(차)을 우려서 마시렴. 활활 타오른다면 고구마를 놓아 구워서 먹으렴. 차갑게 얼어붙는다면 물을 얼려 여름을 식히렴. 네가 하면 돼. 네가 가면 돼. 네가 일어나면 돼. 네가 그리고 말하고 짓고 가꾸고 나누면 돼. 네 손은 네 입에서 ‘하자!’나 ‘해볼까?’ 하는 말이 터지기를 기다린단다. 아들은 아름답게, 딸은 따사롭게 그리렴. 둘은 아름답고 따사롭게 만나기에 즐거이 사랑으로 간단다. 스스로 찾는 아름다움으로, 스스로 짓는 따사로움으로, 스스로 노는 마음으로 가렴. 다 재미있게 가는 오늘이란다. 모두 즐거울 오늘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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