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솔직 2023.1.2.달.



“감추지 않음”이나 “거짓이 없음”을 가리킨다는 한자말 ‘솔직’이라지? 그래, 이 낱말은 나쁘지 않아. 다만, 생각해 볼까? 너희는 왜 “감추지 마”나 “거짓이 없이”라 말하지 않고, 굳이 ‘뜻을 한 꺼풀 씌우는’ 한자말 ‘솔직’을 쓰니? 처음부터 한 꺼풀도 두 꺼풀도 안 씌우는 말로 ‘고스란히’ 하면 될 텐데?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 될 텐데? ‘꾸밈없이’ 하면 되고,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하면 될 텐데? 알다시피(아직 모른다면 모르다시피) ‘솔직’은 나쁜 말이 아니야. 그러나 ‘솔직’이라는 말은 너희 삶자리에서 ‘꺼풀을 씌운’ 말 가운데 하나이지. 너한테 ‘솔직’이 익숙하더라도 ‘누구한테나’ 익숙할까? 너는 ‘솔직’이라는 말을 쓴다지만, 어린이가 쓸 만한 말이니? 너희는 왜 말에 자꾸 꺼풀을 씌울까? 나라(정부), 마을(사회), 배움터(학교)는 왜 ‘쉽고 부드러우면서 누구나 마음을 넉넉히 그리는 말’이 아닌, ‘외워서 써야 하는, 한두 꺼풀씩 뒤집어씌우는’ 말을 붙잡을까? 꾸밈없이 겉속을 다 볼 수 있기를 바라. 꺼풀을 씌울수록 참을 가리지. 꺼풀을 내세울수록 마음을 쉽게 잊어. 그러니까 꺼풀이 없는 말은 마음을 환하게 펼치면서 둘레를 밝혀. 겉에 ‘두꺼운 방패나 갑옷’이 없는 홑몸인 ‘꾸밈없음’은 오히려 따뜻하고 가볍고 튼튼하지. 겉에 ‘두꺼운 방패나 갑옷’을 씌운 ‘꾸밈있음’은 으레 차갑고 무겁고 허술해. 보렴! 해바람비에 이슬에 풀꽃나무를 맨몸으로 그대로 머금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튼튼하니? 쇳더미로 꺼풀을 씌우니 얼마나 무겁고 차갑게 죽어가는 꼴이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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