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영화 2022.12.29.나무.
너희가 시골이나 숲에서 산다면, 너희 삶터가 늘 ‘이야기밭’이야. 시골이나 숲이라는 터전은 다 다른 날이자 하루요, 늘 새롭게 흐르는 때이고 철이지. 풀도 꽃도 나무도, 벌도 나비도, 벌레도 새도, 짐승도 헤엄이도 저마다 다르게 하루를 살아가면서 너희 곁에 있어. 너희가 서울이나 크고작은 고장에서 산다면, 너희 삶터 어디에 ‘이야기밭’이 있을까? 막상 이야기밭이 없는데 이야깃감이 있다고 여기면서 갇히지 않니? 모두 똑같이 틀에 맞추어서 좁은 곳에 다닥다닥 포개는 서울이나 크고작은 고장에는 ‘나다움(나스러움)’이 없어. 겉모습이 얼핏 다른 듯 보여도 ‘마음이 다를’ 수 있지는 않단다. 옷차림이 조금 달라 보여도 ‘마음이 다를’까? 더구나 서울이나 크고작은 고장은 얼굴·몸매·옷차림·몸짓·말씨·글결·일감·배울거리·놀잇감에다가 풀꽃나무까지 똑같은 틀에 얽매어 놓으려고 하지. 너희 삶터가 온통 이야기밭일 적에는 작은 들꽃을 보면서 ‘영화 100자락’을 볼 수 있고, 별빛 한 줄기를 눈으로 담으면서 ‘영화 100자락’을 볼 수 있어. 이와 달리 ‘영화감독·배우·각본가’들이 꾸며낸 ‘영화 1자락’은 어떠하니? 몇 달이나 몇 해에 걸쳐서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은 영화가 ‘제비꽃 한 송이’나 ‘감나무 한 그루’나 ‘사마귀 한 마리’나 ‘참새 한 마리’가 날마다 새롭게 펼쳐 보이는 영화에 댈 수 있겠니? ‘문화’나 ‘예술’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빈껍데기를 벗기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