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빈터 2023.3.11.흙.
널 기쁘게 북돋았으니 너도 기쁘게 북돋아 줄 수 있어. 네가 시끄럽게 볶았으니 너도 시끄럽게 볶을 수 있어. 둘이 뭐가 다를까? 북돋아 주니 너도 북돋아야 하니? 볶으니까 너도 볶아야 해? 널 북돋우건 볶건 가만히 보다가 지나가렴. 널 볶아치건 북돋우건 다 지나간 일인 줄 느끼렴. 너한테 남는 까닭은 네가 붙잡아서 남기기 때문이지. 너한테 안 남는 까닭은 네가 안 붙잡기 때문이야. 네가 그린 꿈을 늘 떠올리고 되새기고 이야기할 적에는 네 마음하고 몸에 네 꿈이 늘 감돌아. 네가 꿈을 그렸어도 으레 잊거나 다른 쪽·일·모습을 자꾸 쳐다보고서 말을 하니, 네 꿈은 안 이루거나 ‘네가 자꾸 쳐다보는 쪽·일·모습’이 너한테 일어나지. 새는 네가 들으라고 노래하지 않아. 개구리도 풀벌레도 네가 들으라고 노래하지 않아. 그러나 네가 나무를 심어서 가꾸고, 네가 심은 나무를 늘 돌아보고 사랑하면, 네 꿈이 깃든 나무에는 언제나 노래가 피어나면서 네 꿈이 싱그럽고 밝게 빛나는 길을 가지. 너는 둘레에서 누가 떠들거나 왁자지껄하라고 빈터를 두지 않아. 그러나 네가 둔 빈터에 어중이떠중이가 찾아와서 북 치고 장구 때리며 떠들 수 있어. 자, 생각해 봐. 네가 어떤 자리를 마련했다면 넌 네 뜻을 헤아릴 노릇이야. 때로는 바람이 불고 때로는 비가 와. 때로는 별이 돋고 때로는 벼락이 쳐. 네가 살아가는 곳에는 네가 그리는 꿈하고 동떨어져 보이는 갖은 찌끄러기가 넘실거릴 수 있어. 그러나 네가 마음에 빛을 두면 무엇이든 다 녹이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