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
전미화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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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3.15.

그림책시렁 1177


《달 밝은 밤》

 전미화

 창비

 2020.10.5.



  아버지라는 자리는 바깥으로 떠돌기만 해서는 스스로 캄캄하게 뒹굴고 맙니다. 어머니하고 나란히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어야 비로소 스스로 사랑하면서 살림을 짓는 길로 들어설, 아버지라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지난날에도 오늘날에도 허울만 아버지일 뿐, 아버지스럽지 않은 사내가 많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허울만 어머니일 뿐, 어머니답지 않은 가시내도 많겠지요. 《달 밝은 밤》은 ‘술에 몸을 맡긴 놈’으로 굴러떨어진 사내가 어떻게 스스로 망가지는가 하는 얼거리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분은 왜 술바보가 되’었을까요? ‘그분은 왜 술내음에 절’며 삶도 살림도 사랑도 등질까요? 이 그림책을 보면, ‘아이 어머니’는 보기싫은 사람을 안 보려고 집을 떠나고, 아이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우나 두 손길을 받지 못 합니다. 무엇보다 아무도 서로 묻지 않아요. “왜 술을 마시는”지, “왜 집을 떠나는”지 묻지도 먼저 밝히지도 않습니다. 나이가 들었기에 ‘어른’이지 않고, 아이를 낳았기에 ‘어버이’이지 않습니다. 나이를 머금는 몸이란, 어른으로 가는 첫발이요, 아기를 배어 낳는 삶도 어버이로 가는 첫단추일 뿐입니다. 아이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아이는 스스로 이 별에 왜 태어났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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