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2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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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3.3.14.

푸른책시렁 164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

 서윤영

 철수와영희

 2022.11.13.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서윤영, 철수와영희, 2022)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쇳덩이가 넘치지 않았어요. 골목도 길도 누구나 누리면서 아이어른 모두 사이좋게 놀거나 일하던 삶터였습니다. 이러다가 골목에도 길에도 쇳덩이가 넘치면서, 쇳덩이에 몸을 실은 이들은 마구 몰아댑니다. 쇳덩이를 몰지 않는 이들은 구석으로 내몰립니다.


  쇳덩이가 더 빨리 더 많이 달리도록 자꾸 들숲을 밀어대고, 멧자락에 구멍을 뚫기까지 합니다. 쇳덩이는 누가 달릴까요? 이른바 ‘어른’이란 이름인 사람들입니다. ‘어린이’란 이름인 사람하고 ‘푸름이’란 이름인 사람은 쇳덩이를 몰지 않아요. 어린이·푸름이가 서울하고 부산이나 광주 사이를 자주 오가야 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어린이·푸름이는 마을살이를 하면서 마을살림을 사랑하는 마음을 펴려는 숨결입니다.


  왜 나라 곳곳에 구경터(관광지)를 늘려야 하는지 따질 노릇입니다. 이 나라 이 땅을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물려받아서 누려야 한다면, 참말로 아무렇게나 부릉길을 늘리지 말아야 하고, 잿집(아파트)은 그만 때려박아야 합니다. 모든 부릉길하고 잿집은 어깨동무(평등·평화)하고 등집니다. 온통 돈으로 굴러가거나 흐르는 부릉길에 잿집입니다. 어린이하고도 푸름이하고도 멀디먼 잿빛살림(도시생활·도시문화)이에요.


  ‘집과 사람(건축과 인권)’은 따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숱한 ‘도시개발·재개발·투자’는 그저 ‘서울에서 돈을 굴리는 어른’들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꼴입니다. 이제는 그만 건드릴 노릇입니다. 이제는 그냥 둘 일입니다. 그동안 건드린 숱한 곳은 조용히 천천히 숲으로 돌아가도록 놔두어야겠지요. 땅바닥에 놓은 부릉길도 조금씩 걷어내고, 하늘수레(케이블카)를 늘리지 말고, 하늘나루(공항)도 그만 지으며, 쾅쾅 쏘아대는 쇳덩이(미사일·군사드론)도 그만 만들 일입니다.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어느새 ‘집’이 아닌 ‘부동산’으로 바뀌는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멈추어야 할 삽질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집’이라고 할 적에는, 뿌리를 내리고 나면 구태여 옮겨야 할 까닭이 없이 이백 해나 오백 해를 고스란히 잇는 삶터를 가리킵니다. 자꾸 허물고서 다시 잿더미(시멘트)로 쌓는 무더기는 ‘집’일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건축’이 아닌 ‘집’을 바라보기를 바라요. ‘짓고’서 깃드는 보금자리인 ‘집’을 생각해야지 싶어요. 사고팔면서 돈을 버는 잿더미가 아닌, 하루를 그리고 삶을 누리며 사랑을 속삭이는 보금자리인 ‘집’을 바라볼 때입니다.


ㅅㄴㄹ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값에는 한두 시간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릿세도 포함되어 있어요. (40쪽)


성 역할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어요. (76쪽)


‘환경 개선 작업’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선 벽화에는 “쇠락한 동네는 범죄가 발생하기 쉬우며, 환경 개선 작업을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진 벽화 마을은 곧 가난한 동네이자 쇠락한 동네라는 이미지가 굳어집니다. 주말이면 놀러와서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합니다. (103, 105쪽)


의사가 되면 동료 의사가 많아지고 교수가 되면 동료 교수가 많아지는 등의 직접적 연관 외에 부촌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 이웃집도 대개 고만고만한 중산층이기 때문에 문화 자본이 쌓입니다 … 이미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문화 자본을 가지고 있으므로 학력 자본도 남들보다 훨씬 쉽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대학교수인 덕에 고등학생 시절부터 해외 논문에 이름을 등재하고 이 스펙으로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스토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16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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