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강경애 2023.2.2.
땀을 바친 땅에
힘들여 씨앗을 심고서
날마다 돌아보고 일궈
논밭이 푸르게 태어나
비지땀 흐른 등판은
하얗게 소금꽃 피는데
짜디짠 바닷물이라면
바닷방울도 땀방울일까
밭가꾸고 살림하며 투박한
두 손으로 아기 안고
집짓고 밥지으며 수수한
두 손에 꽃잎 내리고
어둡고 고요한 밤에
별이 한결 밝구나
동틀녘마다 새삼스레
구름너울 보며 일어선다
ㅅㄴㄹ
사람은 흙에 뿌리내리면서 자라는 풀꽃나무한테서 밥·옷·집을 얻고 누리고 나누는 살림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세워서 이끄는 임금·벼슬아치·나리·글바치는 흙하고 등지거나 동떨어진 채 힘·이름·돈을 움켜쥐고서 ‘수수한 사람(백성)’을 억눌러 왔어요.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마음껏 배우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으나, 1443년에 ‘훈민정음’이 태어났어도 ‘수수한 사람’들은 배움터(학교)도 글도 책도 없이 흙만 일구는 삶이었어요. 그나마도 ‘흙으로 지은 낟알·열매·옷·나무’를 비롯한 숱한 살림살이를 죄 나라(정부)한테 빼앗기고 나리(양반)가 앗아갔어요. 강경애(1907∼1943) 님은 이런 차갑고 갑갑한 나라가 일본한테 휘둘리던 무렵에 태어나 글을 익혔고, 스스로 익힌 글로 ‘흙으로 살아가는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를 차곡차곡 썼어요. 스스로 흙빛살림을 지으면서 흙빛소리를 흙빛글로 여미는 첫길을 열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