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가 그치면 2023.3.9.나무.
네가 하는 어떤 일·놀이도 남더러 하라고 말하지 마. 그저 너는 네가 하는 모든 일·놀이를 스스로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누리면 돼. 애써 말을 하지 마. 알려주려고도 하지 마. 다만, 이야기는 해도 즐겁지. 네가 하는 모든 일·놀이가 무슨 뜻인지 밝히고, 이 일·놀이를 할 적에 네 마음이 어떻게 자라거나 피어나는지 밝히고, 이 일·놀이로 너 스스로 어떻게 거듭나면서 새길을 찾아 살림을 짓는가 하는 이야기라면 들려줄 만해. 그러나 부스러기(지식·정보)는 들려주거나 알려주지 마. 부스러기로는 반죽을 못 하고, 밥도 안 되지. 네가 무엇을 주고 싶다면 밀가루를 주어서, 반죽을 하고 빵울 구우라 하거나, 쌀을 주어서 잘 씻고 끓여 밥을 지으라 할 수 있지. 그리고 ‘줌’이 아닌 ‘나눔’을 하고 싶다면 밀씨나 볍씨를 건네겠지. 그리고 ‘나눔’이 아닌 ‘사랑’이라면 가만히 다가가서 포근히 안고서 등을 토닥이고는 부드러이 노래를 부를 테고. 네 노래는 너부터 푸르게 깨어나는 가락이고, 둘레를 파란빛으로 적시는 물결이지. 푸른가락은 숲이고, 파란물결은 하늘이란다. 자, 비가 그치면 하늘이 어떠하니? 비가 오는 동안에는 ‘파란하늘’도 ‘푸른숲’도 안 보이지? 비오는 날에는 온통 ‘하얗’지. 그런데 이 하얀 ‘비하늘’을 바라보면서, 나무가 잘 자라거나 씨앗이 싹트거나 열매가 익기를 바라지? 하늘이 맑고 밝게 트이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래서 ‘하얀 비하늘’은 너희 ‘하얀마음(텅 비운 마음)’과 같고, 너희는 먼저 텅 비운 마음에 ‘생각이라는 씨앗’을 ‘꿈’으로 놓아서 이루도록 일군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