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3 기대다



  낱말책은 엮는이 혼자 쓰는 말이 아닌, 온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을 두루 살피고 알맞게 추려서 쓰임새를 알리고 새길을 북돋우는 꾸러미입니다. 이런 얼거리라서 스스로 어떻게 말을 새로 엮느냐를 돌아보면서, 둘레에서 새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지켜보고, 오래도록 이어오는 말은 어떠한 숨빛인가를 헤아립니다. 스스로 엮은 낱말책을 끝없이 다시 살피면서 다른 사람이 엮은 낱말책을 늘 곁에 둡니다. 다만 기대지 않습니다. 스스로 예전에 갈무리를 마친 뜻풀이·보기글에 기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갈무리한 뜻풀이·보기글에 기대지 않아요. 기꺼이 배울 뿐입니다. 스스로 해놓은 보람을 새삼스레 배우고, 이웃 누구한테서나 반갑게 배우지요. 돌림앓이판을 지나면서 숱한 사람들은 미리맞기(백신)에 기대었습니다. 나라부터 앞장서서 미리맞기를 하라고 시키기는 했으되, 스스로 살림길을 돌아보는 매무새라면 스스로길(자가면역)을 헤아리면서 푸른숲을 품는 시골살림이나 숲살이로 나아가게 마련입니다. 남이 떠먹이는 밥이 아닌 스스로 떠먹는 밥이듯, 남이 해주는 살림이 아닌 스스로 짓는 삶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에 스스로 지은 말인 사투리처럼, 우리는 남한테 안 기대고 스스로 사랑할 적에 말꽃을 피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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