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2 남북한
경상말하고 전라말을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습니다. 뿌리는 하나여도 살림새가 다르기에 경상말하고 전라말은 ‘비슷하되 다릅’니다. 경상말에서 청도말하고 진주말도 매한가지예요. ‘비슷한 경상말’이되 ‘다른 경상말’이에요. 전라말에서 ‘전라남도말’하고 ‘전라북도말’도 매한가지이지요. ‘전주말’하고 ‘순천말’은 ‘비슷하되 다릅’니다. 남녘하고 북녘도 뿌리는 하나요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다른 말입니다. 남북녘을 아우르는 낱말책을 크게 하나로 엮어내려 한다면 무척 뜻깊을 테지만, 굳이 안 해도 된다고 느낍니다. 삶·살림이 다르니 고장말이 다릅니다. 남녘하고 북녘은 날씨도 땅도 살림결이 확 벌어져서 말도 제법 벌어졌어요. 억지로 뭉뚱그릴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적기(표기법)조차 다른걸요. 띄어쓰기에 ㄱㄴㄷ(차례/어순)까지 다른 ‘한겨레 두나라’입니다. ‘거위·게사니’처럼 소리는 같아도 쓰임새가 확 다른 낱말도 있어요. 남북녘을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 하기보다는, 서로서로 쓰는 말결을 새롭게 살피고 배우도록 따로 여민 낱말책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길을 찾아야 슬기롭겠다고 봅니다. 사투리부터 고장마다 다른데, 나라하고 살림결이 다른 두 말은 저마다 알뜰살뜰 가꿀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