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오늘도 균형 - 반 농부 × 반 큐레이터
정광하.오남도 지음 / 차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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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3.3.4.

숲책 읽기 189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

 정광하·오남도

 차츰

 2023.2.15.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정광하·오남도, 차츰, 2023)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시골에 깃들기 앞서 알던 대목으로는 ‘빈집은 많으나 서울로 떠난 딸아들이 할매할배가 시골집을 못 팔게 한다’를 알았되 ‘바가지를 얼마나 씌우는지’는 몰랐습니다. 제가 시골 빈집을 사서 들어올 적에 치른 집값은, 나중에 알아보니 ‘바가지 석 곱 남짓’이었는데, 바가지를 쓰고서 집을 산 터라 ‘마을발전기금’은 안 내도 되었다는 뒷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바가지를 안 쓰고서 시골 빈집을 샀다면 ‘마을발전기금’을 치러야 할 뿐 아니라 ‘경조사비’도 끝없이 내야 했던 셈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목도장’을 마을지기(이장)가 건사합니다. 이른바 ‘인감’ 아닌 ‘목도장’을 마을지기가 건사하면서 온갖 일을 ‘100퍼센트 찬성’으로 어느새 하지요. 이렇게 해야 일을 빨리 많이 할 수 있다고 여기는데, 이런 ‘시골마을 목도장’은 박정희 새마을바람 때부터 자리잡은 듯싶습니다.


  이 나라 어느 시골을 보아도 매한가지일 텐데, 시골 논밭뿐 아니라 멧자락에 바다까지 햇볕판(태양광)이 잔뜩 뒤덮었습니다. 나라지기(대통령)에서 물러난 그분이 나라일을 맡던 무렵에는 바람개비(풍력)까지 바다에 잔뜩 심었어요. 그리고 ‘스마트팜’을 전남 고흥처럼 볕 넉넉하고 비 잘 오는 시골에 커다랗게 때려박습니다.


  서울 한복판이라면 ‘스마트팜’을 할 수도 있겠지만, 흙도 구수하고 볕도 넉넉하고 비가 잘 오는 곳에 왜 ‘유리온실수경재배’를 해야 할까요? ‘스마트팜’을 하는 곳은 흙이 아닌 잿더미(시멘트)를 두껍게 깔아놓고서 ‘빗물 아닌 수돗물’을 먹여서 ‘햇빛·햇볕’이 아닌 ‘형광등’으로 키우는 얼개인데, 이렇게 거두는 남새가 사람한테 이바지할 턱이 있을까요? 그저 돈빼먹기 좋은 막삽질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을 쓴 두 분은 ‘어울림(균형)’을 이야기합니다. 이 어울림이란, 사람이 사람으로서 모든 숨붙이하고 어울리는 길일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겁고 정갈합니다.


  생각해 봐요. 오늘날 이 나라에서 때려박는 갖가지 삽일 가운데 들숲바다한테 물어보고서 밀어붙인 일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사람들이 만든 총칼(전쟁무기)은 사람한테도 죽음수렁이고 들숲바다한테도 죽음수렁입니다. 싸움판(군대)을 거느리려고 전기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이 나라에 싸움판(군대·전쟁무기)만 없어도 모든 사람이 거저로 전기를 쓸 수 있는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언제부터인가 ‘국방과학연구소’처럼 ‘과학’은 총칼을 만드는 곳에 이바지했습니다. 아니, ‘과학’은 진작부터 총칼을 벼리는 데에 어마어마한 돈과 품을 쏟았습니다. 일자리 때문에 과학자가 되는 분들은 스스로 무슨 짓을 하는지, 그들이 하는 짓이 들숲바다를 얼마나 죽이는지 아마 하나도 못 느낄 테지요. 과학자 가운데 시골에서 살면서 풀꽃나무하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거든요. ‘식물학자’조차 풀꽃나무하고 얘기할 줄 모르는 판입니다.


  우리는 ‘균형발전’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랑 어른이 어울리려면, 어른이 어른스럽게 아이한테 눈높이를 맞출 일입니다. 아이가 어른 눈높이에 맞추지 못 합니다. 서울(도시)하고 시골은 어떻게 어울려야 할까요? 마을하고 마을은, 사람하고 사람은, 사람하고 숲은, 우리가 쓰는 말글은, 순이하고 돌이는 어떻게 어울려야 할까요? 힘으로 밀어붙여야 하나요, 돈을 앞세워야 하나요, 갈라치기를 하며 싸워야 할까요, 아니면 오롯이 사랑 하나를 바라보는 어깨동무를 노래할 수 있을까요?


ㅅㄴㄹ


시골에 땅이 생기면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으면 된다. 집이 없으면 비바람을 피해 누울 작은 집 한 채를 지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농부가 되었다. (20쪽)


지금 생각해 보면 도시를 향한 갈망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이뤄진 무언가였다. 시골에서 자란 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도시에서는 당연히 채울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54쪽)


나라마다 기호에 따른 고유 농작물이 있을 텐데 세계 각국에서 분업화해 생산하는 게 정말로 괜찮을까? (69쪽)


상추나 허브, 파와 같은 채소는 그저 단순한 식재료일 수 있다. 그런데 그토록 참담하고 눈물이 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이 식물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81쪽)


스마트팜이 농촌의 인구 감소, 고령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는 시대이지만,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들어갈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생각하면 완벽한 해결책이라 볼 수는 없다. (192쪽)


처음 시작할 때는 10년이면 뭔가 크게 이루었을 것이라 상상했는데, 지나고 보니 우리는 겨우 열 번의 농사를 지었을 뿐이다. (2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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