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3.2.
숨은책 814
《시간여행》
조세희 글
문학과지성사
1983.11.25.
깨끗하지 않은 일을 안 하면서 살림돈을 버는 길이 서울에 있을까요? 없을 수는 없다고, 틀림없이 있으리라 여기면서 헤아려 보는데, 좀처럼 못 찾았습니다. 기름으로 굴러가며 매캐한 방귀를 내뿜을 뿐 아니라,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쇳덩이(자동차)는 안 몰고 싶어 종이(면허증)조차 안 땄기에 두 다리로 다니는 일거리를 살폈는데, 꽤 빠듯했어요. 1998년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며 책집일꾼에 책숲일꾼으로 곁벌이(부업)를 했으나 아름책을 살피거나 챙기는 책손은 드물었습니다. 밑바닥을 헤매는 벌이로 허덕이면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이어 《시간여행》도 찾아 읽었습니다. 책숲(도서관)에서 이런 책을 챙기는 젊은이를 못 봤고, 또래나 동생도 조세희 글은 어둡고 어렵다며 손사래치더군요. “밤이 있기에 별이 밝고 아침이 찾아와. 아직 모르니까 배우면 되고, 배우다 보면 환하게 알아볼 수 있어.” 하고 얘기하지만 제 말소리는 뜬구름 같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뜬구름 같을 수 있는 책 한 자락은 100벌도 200벌도 300벌도 찍었습니다.
잠실은 모래로 만들어진 동네이다. 모래땅에 모래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둑을 쌓고 그 위에 아스팔트를 깔아 도로를 내기 전에는 범람한 강물이 여름 잠실을 덮쳐누르곤 했었다. 모래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다. (99쪽/민들레는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