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소리 2021.12.13.달.
소리·말·이야기, 이 셋이 가만히 흐르지. 그저 흐르며 들리지만 무슨 뜻인 줄 모르기에 ‘소리’야. 흐르며 들리는 줄 느끼지 못하면 ‘바람’이지. 이제 무슨 뜻인가 읽는다면 ‘말’이란다. 이 말을 혼자 품기보다 둘레에 나누려고 저마다 삶을 담으면 ‘이야기’로 나아가지. ‘소리·말·이야기’ 셋이 다른 줄 생각해 봤니? 이 셋이 네 곁에서 어떻게 흐르고 자라고 퍼지는가를 헤아려 봤니? 그저 들리기만 하고, 뜻이 감도는 줄 못 느낀다면 ‘소리’란다. 아직 네가 마음을 기울이지 않을 적에도 ‘소리’야. 듣고 싶지 않거나 하고 싶지 않을 적에는 ‘잔소리’로 여긴다는 셈이고, 새가 ‘노래한다’고 하면 새하고 마음으로 틔워서 만난다는 셈이야. 마음을 기울여 생각을 담기에 ‘말’이잖아. 이 말을 나누려 할 적에는 마음을 ‘잇는’단다. ‘잇는 말 = 이야기’야. ‘잇는 말’이기에 너도 말을 하고 나도 말을 하지. “이야기 = 잇는 말 = 오가는 말/주고받는 말/나누는 말/흐르는 말”이지. ‘이야기’는 그저 생각만 나누는 말·일·자리가 아니야. 생각에 담은 뜻을 서로 펴면서 하루를 새롭게 짓고 싶은 꿈이 흐르기에 ‘이야기’란다. 이 이야기를 펴면서 가르치고 배워. ‘이야기 =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라고도 하겠지. 먼 옛날부터 ‘삶을 손수 짓고, 살림을 함께 가꾸며, 사랑을 스스로 길어올린 사람’은 ‘이야기’에 슬기를 얹어서 들려주었어. 이야기를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손수짓기(자급자족)’를 깨달았단다. 이야기를 들으며 집·밥·옷을 짓는 길을 익혀 왔어. 너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소리’만 내겠니? ‘말’만 하겠니? ‘이야기’를 펴고 듣겠니? 삶·살림·사랑을 짓는 사람으로 가려 한다면 꼭 ‘소리·말·이야기’를 제대로 바라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