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의 딸 로냐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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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2.23.

맑은책시렁 288


《산적의 딸 로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진영 옮김

 시공사

 1999.3.20.



  《산적의 딸 로냐》(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일론 비클란드/이진영 옮김, 시공사, 1999)는 1992년에 ‘일과놀이’에서 처음 우리말로 옮겼고, 1999년에 ‘시공사’에서 새로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림꽃얘기(애니메이션)로 그리기도 했어요. 숲도둑 딸아이로 태어난 로냐가 아버지하고 다른 길을 가면서 아버지가 멧도둑질을 끝낼 뿐 아니라, 이웃하고 손을 잡는 새길을 내도록 이끄는 줄거리를 차근차근 들려주지요.


  로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온누리 어느 아버지라도 곁님뿐 아니라 딸한테 이길 수 없고, 이겨서도 안 되는 줄 알 만합니다. 또한 온누리 어느 어버이라도 딸이건 아들이건 어버이로서 낳은 딸아들이 앞으로 새길을 짓도록 이바지하고 도우면서 스스로 거듭나는 하루로 나아갈 노릇인 줄 알 만해요.


  어버이가 아이를 낳아 돌보는 뜻을 제대로 짚을 수 있을까요?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하려고 낳습니다. 그런데 ‘아이만 사랑’할 수 없어요. 어버이로서 아이를 사랑하려면, 어버이가 먼저 ‘어버이 스스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버이가 이녁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르면 아이를 사랑하지 못 해요.


  아이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모든 철없는 어버이는 아직 ‘스스로 사랑’을 모릅니다. ‘스스로 사랑’을 모를 뿐 아니라, 안 쳐다보았고, 안 생각하고, 안 바라는 탓에 그만 ‘스스로 사랑’도 ‘아이 사랑’도 아닌 바보짓으로 헤매면서 철없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요.


  남이 가두는 굴레가 아니라 스스로 갇히는 굴레입니다. 로냐네 아버지도 매한가지예요. 누가 로냐 아버지한테 굴레를 씌우지 않아요. 바로 로냐 아버지가 스스로 굴레를 써요. 딸아이 로냐는 어머니가 미처 바꾸어내지 못 한 아버지를 바꾸어냅니다. 다만, 로냐도 아직 철이 덜 든 탓에 아버지를 억지로 바꾸려 했고, 이를 로냐 어머니는 부드러이 타이르고 달래어 ‘아이가 어버이를 바꾸는 길’이 무엇인지 로냐 스스로 생각해서 로냐 스스로 찾아내도록 돕습니다.


  순이(여성)는 로냐처럼, 또 로냐 어머니처럼, 상냥하면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지켜보면서 알려주고 가르치는 몫입니다. 순이는 로냐랑 로냐 어머니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놀이를 하면서 살림빛을 가꾸는 자리입니다.


  돌이(남성)는 로냐 아버지처럼, 짝꿍하고 딸아이한테서 배우는 몫이에요. 온누리 모든 돌이(남성)는 순이한테서 살림길을 배우면서 차근차근 ‘살림꾼’이자 ‘머슴’으로 깨어나서 즐겁게 ‘동무’를 하는 동글동글한 마음으로 새로 태어날 숨결입니다.


  《산적의 딸 로냐》는 ‘멧도둑 아버지’가 ‘멧사람 아버지’로 거듭나는 길을 아름답게 들려주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아이들은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더라도 대수롭지 않아요. 아이들은 모든 어버이를 바꾸어내는 길잡이로서 이 땅에 태어나거든요. 오직 아이 눈빛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누구네 아이’인지 따지거나 가릴 까닭이 없어요. 아이가 아이답게 눈망울을 밝힐 적에 이 아이가 바꾸어내려는 새길을 지켜보고 헤아리면서 어깨동무를 하면 넉넉할 뿐입니다.


  아이한테서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적의 딸 로냐》는 누구보다도 온누리 아버지(돌이)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서 천천히 소리내어 읽어 줄 이야기꽃입니다. 잠든 아이 곁에서 가만히 혼자 읽고서 마음으로 사랑을 깨달아 새롭게 일어설 별빛으로 삼을 이야기꽃이에요.


  스웨덴 할머니는 스웨덴 아이들뿐 아니라, 스웨덴 엄마아빠한테 이야기꽃을 사랑으로 남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한테 ‘사랑어린 이야기꽃’을 써서 남길 만한 철든 어른이 있을까요? ‘동화’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동화일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서 배우는 어버이 이야기를 그릴 줄 알아야 비로소 동화입니다.


ㅅㄴㄹ


“아가야, 너는 벌써 그 작은 손으로 이 산적의 마음을 사로잡았구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단다.” (14쪽)


별들만 웅덩이에 떠 있고, 다른 것들은 모두 깊은 어둠 속에 잠겼다. 로냐는 어둠에 익숙했다. 어둡다고 해서 겁이 나지 않았다. 겨울 밤 마티스 요새에 불이 꺼지면 그 어떤 숲보다도 더 어둡지 않았던가! (28쪽)


“비르크, 네가 내 친구였으면 좋겠어!” “그러지 뭐. 너만 좋다면. 산적의 딸!”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로냐라고 부를 때만이야!” “로냐, 그래. 넌 내 친구야.” (106쪽)


봄날 저녁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비르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르크는 저녁 냄새도 맡지 못했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듣지 못했으며, 땅 위에 나 있는 풀과 꽃들도 보지 못했다. 단지 후회에서 오는 고통만 느낄 뿐이었다. (215쪽)


‘숲은 왜 여름만 계속되지는 않는 걸까? 그리고 왜 난 행복하지만은 않은 걸까?’ 로냐는 숲과 숲 속에 펼쳐진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245쪽)


로냐와 비르크는 곰굴로 들어갔다. 굴 안은 엉망이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편안하고 익숙했다. 세차게 흐르는 강이며, 아침햇살에 빛나는 숲이며, 모든 것이 옛날 그대로였다. “놀라지 마, 비르크. 내가 봄의 함성을 지를 거니까!” 그리고 로냐는 새처럼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314쪽)


#RonjaRovardotter #AstridLindgre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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