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니스의 황금새 1 - 시프트코믹스
하타 카즈키 지음 / YNK MEDIA(만화)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2.22.

글을 쓸 수 없던 사람들



《카이니스의 황금새 1》

 하타 카즈키

 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0.10.15.



  《카이니스의 황금새 1》(하타 카즈키/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0)를 읽으면 ‘글을 읽을 수 없던 사람들’이 비로소 ‘글읽기’를 조금은 할 수 있되 ‘글을 쓰면 안 되는 자리’에 있던 무렵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날에는 글순이도 글돌이도 나란히 있습니다만, 순이(여성)가 붓을 쥐고서 제 삶을 스스럼없이 쓸 수 있은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발자취에 글을 남긴 몇몇 글순이(여성작가)가 있으나, 이들 글순이는 ‘힘·이름·돈이 있던 집안’이었어요. 아무런 힘도 이름도 돈도 없던 작고 수수한 흙순이(농사꾼)는 붓종이를 구경은커녕 만질 수도 없었습니다. 또한 ‘힘·이름·돈이 있던 집안’이라 하더라도 모든 순이가 붓종이를 만지지 않았어요. 그저 글돌이(남성작가·남성 권력자)한테 얹혀가고서 입을 다문 채 지내는 나날이기 일쑤였습니다.


  굳이 글을 쓰거나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만, 돌이만 읽거나 써야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거나 읽어야 날개(자유)이지 않습니다만, 순이돌이 누구나 읽고 쓸 줄 알 뿐 아니라, 제 삶·살림을 스스로 건사하면서 온누리에 푸르게 사랑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날갯짓할 때라야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을 나눌 아름다운 사이라면, 몇 가지를 버릴 노릇입니다. 첫째, 힘을 버립시다. 힘(권력)이 아닌 풀꽃나무에서 흐르는 푸른 숨결을 함께 나누고 누릴 노릇입니다. 둘째, 이름을 버립시다. 허울스러운 이름(명예)이 아닌, 온마음에 온사랑을 심는 이름꽃·말꽃·노래꽃으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셋째, 돈을 버립시다. 돈(재산)에 매이니 마음을 잊고, 마음을 잊으니 사랑을 잃다가 모든 꿈이며 노래를 잃어요.


  누구나 어깨동무하는 아름다운 삶터로 나아가자면 ‘문학상’이나 ‘등단’ 같은 껍데기도 사라져야겠지요. ‘작가’ 같은 허울도 치워야 할 테고요. 우리는 서로 ‘지음이’이면 됩니다. 밥짓기에 옷짓기에 집짓기를 손수 할 줄 아는 어질면서 참한 숨결을 돌보면서 노래짓기에 삶짓기에 사랑짓기를 펴는 슬기로우면서 따사로운 숨빛으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이처럼 짓기를 할 줄 아는 손으로 말글을 지어 아이한테 들려주고 물려줄 노릇이에요.


  ‘지어’야지요. ‘창작·작업’이 아닌 ‘지음’으로 가야지요. 모든 하루를 스스로 짓고, 새롭게 짓고, 푸르게 짓고, 넉넉하게 짓고, 즐겁게 짓는 착한 사람으로 함께 손잡고 달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순이돌이가 반짝이는 눈망울로 만나서 푸른별을 노래하는 글살림을 지을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난 네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 세상의 구조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들어, 라고 할 순 없지.’ (24쪽)


“저자의 이름이 리아 보이드든 앨런 웨지우드든 책의 내용은 똑같은데, 세간에선 그렇게 보지 않아. 쓴 사람이 일단 남자인지 여자인지부터 보고 판단해버려.” (31쪽)


“인간에겐 상상력이 있어. 상상력으로 타인과 공감하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고! 만약에 경험한 게 아니면 공감할 수 없다고 한다면, 타인에게 다가갈 기회도 줄고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밖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63쪽)


“지금까지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공상에 빠져 있으면 마음이 편했어.” (78쪽)


‘아아, 움직이기 불편해. 스커트가 거추장스러워. 머리는 무겁고, 복장 하나로도 기분이 달라지는구나. 좋은 공부가 됐어.’ (87쪽)


“모두가 조연을 원하지만, 알아서 쓰라고밖에 해줄 말이 없어. 그러다 운 좋게 책이 잘 팔리면 먹고살 수 있지.” (157쪽)


#カイニスの金の鳥 #秦和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