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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2.18.
인문책시렁 281
《한 권의 책》
최성일
연암서가
2011.10.25.
《한 권의 책》(최성일, 연암서가, 2011)을 열 몇 해 만에 되읽다가 2011년에 이 책을 책집에서 서서 읽었을 뿐, 굳이 안 산 까닭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글님은 틀림없이 여러 갈래 책을 찬찬히 읽고서 느낌을 밝히는 듯하지만, 참말로 ‘여러 갈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안 읽는 책을 꽤 즐기는구나 싶어 마음도 눈도 안 갔더군요. 이 책이 첫머리에 다루는 《즐거운 불편》조차 글님 스스로 ‘즐겁게 서울살림(도시문명)을 끊고서 하나씩 차근차근 바꾸며 아이들하고 살림빛을 새롭게 짓는 하루’인 줄 느끼지 못 하는 채 서둘러 느낌글(서평)을 쓴 듯싶습니다. 그래도 최성일 님은 ‘잘난책’을 덜 읽는 듯싶으나 ‘작은책’으로까지 눈망울을 더 뻗지는 못 했다고 느껴요.
꼭 어느 책을 읽고서 느낌글을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숱한 글바치(작가·비평가)는 어린이책을 너무 안 읽고, 그림책·만화책·사진책은 아예 안 들여다보다시피 합니다. 그림책·만화책·사진책을 읽고서 느낌글을 쓰는 이들은 너무 어렵게 쓸 뿐 아니라, 하나같이 ‘서울내기 눈’으로 줄거리를 풀어낼 뿐입니다.
온누리 아름다운 그림책·만화책·사진책을 여민 지음이 가운데 서울(도시)하고 등진 채 시골이며 숲에서 호젓하고 조용하게 살림을 짓는 분이 꽤 많습니다. ‘지은이가 시골이며 숲에서 호젓하고 조용하게 살림을 지으며 살기’에 ‘글바치(비평가)도 똑같이 시골이며 숲에서 살면서 글을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책을 지은 사람이 어떤 터전에서 날마다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글을 여미었는가’는 헤아릴 노릇입니다.
후쿠오카 켄세이 님이 쓴 《즐거운 불편》을 못 읽어내는 눈이라면, 팀 윈튼 님이 쓴 《블루 백》이라든지, 다이애나 콜즈 님이 쓴 《영리한 공주》라든지, 엘사 베스코브 님이 지은 《펠레의 새 옷》이라든지,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지은 《슈렉》이나 《도미니크》도 못 읽어낸다고 느껴요. 아니, 이런 책을 읽을 엄두를 못 낸다고 해야겠지요. 블라지미르 메그레 님이 여민 《아나스타시아 1∼10》을 읽고서 느낌글을 찬찬히 써내려면 어떤 하루를 살아야 할까요? 머리(지식·정보)로는 이러한 책을 못 읽게 마련입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님이 쓴 《허울뿐인 세계화》를 잿집(아파트)에서 살며 읽는들 무엇을 바꿀 만할까요?
다시 말하자면, 《즐거운 불편》을 읽을 적에 스스로 자전거를 달리면서 집이랑 일터를 오가는 살림으로 확 바꾸고서 다시 이 책을 읽어 볼 수 있다면, 우리가 쓸 느낌글은 너무도 다릅니다. 권정생 님이 쓴 《몽실 언니》나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었다면 ‘시민단체 뒷배가 아닌 작은이웃 어깨동무’라는 길을 생각하면서 살림을 바꿀 줄 알아야겠지요. 이오덕 님이 쓴 책을 읽었으면서 정작 일본말씨를 스스로 털어내지 않고서 ‘일본 천황제·군국주의’나 ‘일제강점기 친일파’를 나무라기만 한다면, 우리 스스로 두동진 꼴입니다.
좋은책이나 나쁜책은 없습니다. 읽는 눈길·손길·마음길에 따라서 모든 책을 새롭게 헤아려 우리 삶에 스스로 밑거름으로 삼아 오늘 하루를 새록새록 가꿀 뿐입니다. 흙으로 돌아간 최성일 님이 부디 하늘누리에서 포근히 쉬면서 하늘빛을 읽는 꿈길을 가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하지만 김 교수가 사서의 전문적 자질에 대해 꾸준히 문제의식을 가진 점을 감안해도 이번 책에서 도서관인의 자기성찰보다 신분보장에 더 주의를 기울인 것은 약간 유감스럽다. (26쪽)
‘자화상’의 일부 내용은 친일로 매도될 여지마저 있다. 하지만 선생의 담담한 고백은, 전두환 장군 찬양 기사를 작성한 것에 대해 지금껏 따져 물어온 이가 없었다는 기자 출신 소설가의 떨떠름한 말투와 얼마나 다른가! (36쪽)
이태 전, 한 출판단체가 주관하는 추천도서 선정 모임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이 절반 넘게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도서선정위원 주소록에 나타난 주거 형태가 아파트 일색이었다. (49쪽)
이에 비하면 환경운동에 대한 비판은 약간 물렁하다. “비판은 언제나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이 속한 분야를 향한 비판은 더욱 그래서일 것이다. (9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