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이다 2023.1.31.불.
옷을 입지 않으면 느낄 일이 없어. 옷을 입기에 무엇이든 느껴서 받아들이고 가만히 헤아리지. 옷을 가볍게 입고서 시원하거나 춥고, 옷을 두껍게 입고서 덥거나 따뜻해. 옷을 곱게 입고서 겉·허울·껍데기를 내세우거나 뽐내거나 자랑하느라 속빛을 잊다가 잃어.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서 삶을 흘려보내느라 속빛이 헤매고 떠돌아. 너(나)한테 맞는 옷은 무엇일까? 어느 옷을 입으면서 너(나) 스스로 즐겁게 이곳에 있는 이야기를 읽고 이어가겠니? 옷을 입기에 네가 오늘을 살아. 옷(몸)을 입지 않을 적에는 어림·젊음·늙음이 없잖니? 옷을 입으면서, 그러니까 몸을 입으면서 ‘이곳’에 ‘나’지. 이곳에 나기에(태어나기에) ‘나’로서 살아가고 ‘나이’를 먹어. 옷(몸)을 안 입으면 ‘나이’를 안 먹지만 ‘나’도 없단다. 보렴. 물방울은 옷을 안 입어. 바람도 옷을 안 입지. 물방울을 못 쪼개고 바람을 못 가르지? 물방울하고 바람은 “오롯이 오직 옹글게 하나인 알·얼”이야. 너희는 옷(몸)을 입으면서 ‘다 다른 나(남)’로 갈린단다. ‘나’로 이곳에 ‘나니까(나오니까·낳으니까)’ 삶이 생겨. 너희는 ‘나이’를 먹으면서 ‘잇는’ 만큼 삶이 ‘있’고, 이 삶을 ‘이어’서 ‘이야기’로 엮는단다. 너희가 물방울이나 바람처럼 그저 ‘빛’이던 곳에서는 ‘너나없는’ 사이로 ‘때·곳·나이·몸’이 없이 ‘있는 그대로 빛인 알·얼’이었기에 가없이 있으면서 모두 흐르면서 잇는 길이었지. ‘인 짐’처럼 ‘이곳(여기)애 있는’ 몸인 사람이야. 자, 어떻게 살겠니? “나로 있”는 삶으로 가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