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그들 아닌 우리들 2023.2.3.쇠.



저놈들을 쳐다보면서 “저놈들은 왜 저러지?” 하고 짜증을 쉽게 낼 수 있어. ‘저놈’은 누구일까? ‘그놈’은 어째 늘 밉질·막짓을 일삼을까? 가만히 봐. 저놈도 그놈도 이놈도 언제나 ‘우리들’이야. 저놈들이 왜 저러는지 아니? 저놈들은 “모두 네 탓이야!” 하고 돌리는 말을 일으키려고 한단다. 저놈들은 왜 저렇게 볼썽사나운 말에 짓을 일삼을까? 저놈들은 ‘좋고 싫고 따지’면서 살거든. 그래서 저들 스스로 좋다고 여기는 대로 하는데, 너는 왜 저들하고 같이 ‘저들이 좋다고 여기는 대로’ 안 하는지 너희가 알쏭달쏭하고 얄궂다고 여기지. 그래서 저들은 너희가 저들하고 같이 ‘저들이 좋아하는 대로’ 따를 때까지 ‘그 말과 짓을 이어간’단다. 자, 그러면 너는 ‘네가 좋다고 여기는 대로’ 저놈들이 움직이거나 따라야 한다고 여기니? 그래서 너는 저놈들이 나쁘니까 싸워서 물리치거나 밟아서 네 말짓에 고분고분 따라야 한다고 여기니? 네가 좋아하는 대로 안 하는 저놈들은 나쁘니까 네가 때리거나 깎거나 미워하거나 괴롭혀도 되니? 아마 너나 저들이나 이야기를 못 하겠지. 아무래도 “안 하려” 든다고 해야 할 테고. 너랑 저들은 “아무 사이가 아니”기에 너랑 저들한테는 ‘틈’이 없어. 아무 사이가 아니고, 틈이 없으니, 쉴 겨를도, 생각이 흐를 자리도 없어. 마음이 만나는 사이가 아니지. 곰곰이 보렴. “그들도 저들도 아닌 우리”를 보렴. 서로 가르고 쪼개어서 싸우고 겨루려는 네 얼굴을 보렴. 따사로이 웃으면서 맞이할 줄 모르는 곳에는 ‘숨쉴틈’도 ‘햇볕 스밀 틈’도 없으니, 아무 사랑이 없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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