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2.13.
곁말 94 나룻삯
그림꽃책(만화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눈이 트이는 낱말을 만나곤 합니다. 글책·그림책은 우리가 주고받는 말씨를 담기보다는 ‘머리로 갈무리하거나 추스른 글씨’가 바탕이라면, 그림꽃책은 사람들이 그때그때 나누는 말씨를 그대로 옮기곤 해요. 머리로 이리저리 굴려서 다듬은 글씨는 ‘국립국어원 낱말책’ 틀이나 맞춤길을 조금 지나치게 따지느라 딱딱하기 일쑤요, 우리가 살아가며 도란도란 나누는 말씨는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실리건 안 실리건’ 대수로이 여기지 않으면서 불현듯 새말을 엮거나 옛말을 되살리곤 해요. 1997년에 《흙》이란 이름으로 나온 그림꽃책(만화책)이 있습니다. 이 그림꽃을 내놓은 분은 《미스터 요리왕》이란 이름으로 나온 그림꽃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삶을 이루는 밑자락을 찬찬히 짚으면서 살림길을 누구나 스스로 어질게 갈고닦는 살림을 그림으로 풀어낸다고 느끼는데, 《미스터 요리왕》을 한창 읽다가 ‘나룻삯’이란 낱말을 보았습니다. ‘뱃삯’하고 거의 같으면서 조금 다르게 쓰는 말씨라 할 텐데, “나루터에서 내는 삯”이니 ‘뱃삯’뿐 아니라 ‘하늘삯(항공료)’도 ‘길삯(교통비)’도 담아낼 만해요. 오늘날에는 뱃나루뿐 아니라 하늘나루(공항)도 있고 버스나루·기차나루도 있어요.
ㅅㄴㄹ
나룻삯 (나루 + ㅅ + 삯) : 1. 배를 타면서 내는 삯. 배를 타려면 내야 하는 돈. 2. 돌아다니거나 무엇을 탈 적에 드는 삯. (= 뱃삯. ← 선임船賃, 선비船費, 경비, 여비, 차비車費, 노자路資, 노잣돈, 교통비, 통행료, 운임비, 운임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