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부당 (창간호) - 왜 이대남은 반페미가 되었나
불편부당 편집위원회 지음 / ㅁㅅ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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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2.13.

인문책시렁 277


《불편부당 1 왜 이대남은 반페미가 되었나》

 박가분 엮음

 ㅁㅅㄴ

 2022.3.15.



  《불편부당 1 왜 이대남은 반페미가 되었나》(박가분 엮음, ㅁㅅㄴ, 2022)를 읽으며 ‘불편부당’이라는 어려운 말씨를 돌아봅니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고 하는 뜻이라면, 우리말로 ‘바르다·곧다’나 ‘고르다·올바르다’라 하면 됩니다. 수수하게 ‘치우침없다·흔들림없다’라 할 수 있어요.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쓰는 이라면 ‘어른 아닌 늙은이’라고 느낍니다. 어린이가 외우도록 억지로 밀어붙이는 말을 쓰는 이라면 ‘어른 아닌 꼰대’이지 싶습니다. 바르게 살고 말하면 됩니다. 고르게 살아가며 얘기하면 됩니다.


  그리고 ‘중도·중용’이 아닌 ‘가운데·복판’에 서면 되어요. 우리 몸에서 가운데는 ‘가슴’이고, 가슴은 ‘마음’을 빗댑니다. 바르거나 고르게 살아가려는 길이라면, 겉모습(사실)이 아닌 속빛(진실)을 바라보려 하는 매무새입니다.


  첫째 이야기가 나오고서 둘째 이야기는 까마득한 《불편부당 1》인데, ‘이대남’이라는 이름으로 가리키는 젊은돌이는 고린틀(가부장제)을 손사래칩니다. 젊은순이도 젊은돌이도 고린틀을 거스르면서 새틀을 일구려 해요. 이 땅에 돌이(남성)란 몸을 입고 태어나기에 모든 돌이가 ‘잠재적 가해자’일 수 없고 ‘가해자’이지도 않습니다. 때린놈(가해자)은 힘꾼(권력자)일 뿐입니다. 이 대목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모든 목소리(주의주장·이즘)는 외곬로 치닫습니다.


  더 헤아리면, 오늘날 ‘민주주의 선거’도 지난날 ‘임금님’도 “고약한 고린틀”입니다. 힘꾼은 그들끼리 담벼락을 쌓고서 위아래를 갈랐어요. 위아래가 아닌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곳에는 늘 살림빛이 흘렀습니다. 지난날 ‘한문을 쓰던 힘꾼’이 ‘때린놈’이요, 오늘날 ‘일본말씨에 옮김말씨에 갖은 얄궂은 말씨를 쓰는 글바치’도 나란히 ‘때린놈’입니다.


  《불편부당 1》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귀기울일 만하면서 아쉽습니다. ‘때리지 않았어도 때린놈이라 손가락질을 받는 애꿎은 돌이’ 목소리를 담아내는 길은 귀기울일 만하되, ‘때린놈은 누구이며 왜 때렸는가?’를 파고들지 않는 대목은 아쉬워요. 힘을 거머쥐면 순이도 돌이도 나란히 힘꾼입니다. 겉모습(성별)만으로 ‘맞은놈·때린놈’을 가를 수 없습니다. ‘겉이 아닌 속으로 하는 짓’으로 살필 ‘때린놈’입니다.


  나라(정부)에서 아무리 ‘차별금지법’을 내놓는들 따돌림(차별)은 사라질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를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는 짓입니다. 그래서 늘 스스로 ‘차별’을 마음에 담지요.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나라에서라면 ‘어깨동무길·어울림길(화합법)’을 내놓을 노릇입니다. 배움터에서는 ‘어깨동무·어울림’을 어떻게 하는가를 보여주고 알려주고 함께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하면 따돌림이니 나쁘다”고 금을 그으면 “네 쪽 내 쪽”을 갈라치기하는 데로 치달아요. “이렇게 하며 어깨동무를 하고 어울린다”고 사랑으로 녹이는 길로 나아갈 적에 비로소 언제나 ‘사랑·어울림’을 마음에 심으면서 모든 고약하거나 낡거나 고리타분한 굴레를 씻어냅니다.


  매캐한 하늘입니다. 부릉이도 줄여야겠으나 비가 내려야 합니다. 비가 내리고 해가 드리워야 온누리가 새삼스레 맑습니다. 따지기(비평)는 나쁘지 않되, 따지기만 할 뿐, 새길(대안)을 사랑으로 들려주지 않는다면 《불편부당 1》라는 책도 똑같이 갈라치기를 하는 수렁에 잠기기 쉽습니다.


  ‘페미·반페미’가 아닌 ‘사랑자리(사랑으로 짓는 보금자리·살림자리)’를 함께 이야기하기를 바랍니다. 페미이든 아니든, 반페미이든 아니든, 아이 곁에서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함께할 적에 온누리를 부드럽고 즐겁고 아름답게 바꾸어 낼 수 있습니다.


ㅅㄴㄹ


반(反)페미가 된 20대 남성들은 여전히 전 세대 어떤 남성들에 비해서도 성평등 의식이 강하고 가부장제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는 점이다. (6쪽)


나는 죄인이 아니라고, 제발 이러지 말라고 사회를 향해 따졌더니 “네가 죄인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믿지? 죄인이 아니라면 그걸 너 스스로 입증해 보라!”는 핀잔만이 되돌아왔습니다. (37쪽)


여성계 또는 페미니스트들은 본인들의 존재가치를 창조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젊은 남성들을 악마화하고 검열해 왔다. (59쪽)


그들에게는 남성들에게만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왜 산업재해 사상자는 대부분 남성인가?”, “왜 자살률은 남성이 높은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66쪽)


여성계가 통계를 습관적으로 왜곡하는 데는 여성의 곤경을 현실 이상으로 과장하고 공포심을 확신시키려는 동기가 놓여 있다. (125쪽)


여성 혐오주의자를 남성 루저로 상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폭력적인 언행을 쏟아내고 저주하고 조리돌림하는 행태는 분명히 잘못됐다. (135쪽)


성차별을 하지 말자는 교육을 하면서 왜 나머지 절반을 억압과 가해의 동조자로 여기게 만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인가? 그렇게나 예민함과 공감, 그리고 감수성을 주장하는 교사들이 학생(특히 남학생)들의 예민함을 고려하지 않는다. (15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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