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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3.2.13.
인문책시렁 278
《나쁜 기업》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손주희 옮김
프로메테우스
2008.4.21.
《나쁜 기업》(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손주희 옮김, 프로메테우스, 2008)을 곰곰이 되읽어 봅니다. 처음 나온 2008년 무렵에는 ‘화이자’ 같은 곳을 몰랐으나 2020년 무렵부터 ‘화이자’ 이름을 꽤 자주 들었습니다. 몇 해 동안 돌림앓이로 떼돈을 번 곳 가운데 하나일 텐데, 제약회사·병원·대학교는 나라(정부)하고 손잡고서 ‘돌봄장사’를 오래도록 해왔습니다. 이른바 ‘병의약학 커넥션’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숱한 나라는 ‘정부·기업·군대·전문지식인·언론문학인·학교’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람들을 속이면서 떼돈을 거머쥐고 돌라먹기를 일삼았습니다. 《나쁜 기업》은 숨은 이음고리를 차근차근 파고듭니다. 두툼하면서 안 두툼한 책에 모든 뒷짓을 담을 수 없을 텐데, 이쯤이나마 우리가 알기는 해야 할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겠습니다.
푸른별 거의 모든 나라는 서울(도시)을 키우고, 서울에 이름높은 배움터를 두고, 서울에 돈벌이가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서울에 값비싼 잿집(아파트)을 척척 올립니다. 서울 바깥에 뚝딱터(공장)를 세우고, 서울하고 먼 시골에 구경터(관광단지)를 닦고, 서울하고 아주 먼 데에 싸움터(군대)를 두고, 큰고장과 큰고장을 잇는 길을 끝없이 늘립니다. 모든 빠른길은 서울·큰고장을 이으면서 서울·큰고장 사이를 사람들이 안 쳐다보거나 못 들여다보도록 눈가림을 하는 얼거리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부산이나 서울·광주를 잇는 길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서울·인천이나 서울·수원이나 서울·의정부 사이를 전철로 빽빽하게 잇지요. 나라에서는 왜 이런 짓을 할까요? 어디에서나 오직 서울바라기를 하도록 내몰면서 ‘서울 아닌 마을’은 잊거나 등지도록 길들입니다. 이렇게 해야 나라가 새뜸(언론)하고 배움터(학교)를 바탕으로 펴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거든요.
서울로 쏠리는 물결은 마을을 팽개치는 마음을 심습니다. ‘진보·보수 언론’ 모두 서울살림을 다룰 뿐, 시골살림은 안 다룹니다. 다들 서울사람을 만날 뿐, 시골사람은 안 만납니다. 사람들 스스로 풀꽃나무를 잊으면서 들숲바다하고 등돌리도록 가두는 얼개예요. 이렇게 해야 사람들 누구나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손수짓기하고 멀어져 가는 삶을 뿌리내리거든요.
《나쁜 기업》을 읽으면 알 테고, 이 책을 안 읽어도 알 수 있는데, “나쁜 기업” 곁에는 “나쁜 나라(정부)”에 “나쁜 글바치(지식인·문학인·작가·기자)”에 “나쁜 싸움터(군대)”에 “나쁜 병원”에 “나쁜 배움터”가 줄줄이 잇습니다. 하나만 나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그 나쁜 곳”에 깃들어 달삯을 받는 일꾼으로 몸을 동여맵니다. 모든 “나쁜 무리”하고 “나쁜 우리들”은 아이들이 참모습에 눈뜨지 않도록 억누르거나 짓밟는 나날을 보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일터(기업·정부·학교·군대)’에 목매달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라는 이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하루’가 아닌 ‘하루빨리 회사원·공무원·노동자가 되도록 직업훈련을 시키는 굴레’에 가두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방자치’라는 눈먼 입발림에 속았습니다. 참말로 스스로(자치)라면 ‘지방자치’도 ‘마을자치’도 아닌 ‘보금살림’일 노릇입니다. 아이어른이 한집안에서 모든 살림을 스스로 짓고 누리는 길이어야 ‘스스로(자치)’입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는 ‘중앙권력’을 ‘지방자치’란 이름으로 자리만 옮길 뿐, 뒷돈을 빼돌리는 흐름은 매한가지입니다.
그 많은 돈은 언제나 시골과 숲과 바다에서 우려냈고, 우리 땀방울에서 뽑아냈습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갈라 보았자 둘 다 똑같습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나(아이 곁에 있는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우리 보금자리’를 돌아보고 가꿀 때에 모든 나쁜 무리는 눈녹듯이 사라집니다.
ㅅㄴㄹ
유럽의 어느 나라도 지금껏 자국의 식민지 역사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았고, 보상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도덕성을 위해서 미디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때는 얼른 손을 쓴다. (42쪽)
앙골라는 하루에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앙골라 정부는 석유 수출로 해마다 20∼3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것은 국가경제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이 수입으로 앙골라 대통령 주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정부는 25년 넘게 땅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민족분쟁의 자금을 지원했다. (191쪽)
의사들은 1997년과 1999년 사이에 콘체른으로부터 2만 5천 유로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뇌물 중에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대회 무료여행권과 컴퓨터장비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343쪽)
(삼성) 멕시코의 공장에서 여성들은 조직적으로 불법 임신 테스트를 받았다고 한다. 임신한 여성은 채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멕시코 법에서는 그런 형태의 성적 차별은 금지되어 있다. (그런 금지조항은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물론, 통용되고 있다) 여성은 성생활, 피임방법, 생리주기 같은 극히 사적인 질문들에 대해서도 답해야 하고 소변검사도 받아야 했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하체검사까지 이뤄졌다. (388쪽)
화이자는 당시 새로운 항생제 트로바플록사신에 대해 허가를 받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뇌막염 환자가 아주 드물어 콘체른 측은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의사단을 나이지리아로 보내 병든 어린이들을 실험용 모르모토로 이용했고, 그중 11명이 사망했다. (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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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