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 / 숲노래 우리말 2023.2.4.

곁말 92 꽃할매·꽃할멈·꽃사람·꽃잎·꽃



  강덕경·김순덕·김복동·심달연 님을 비롯한 여러 할머니가 남긴 그림에 유난히 ‘꽃’이 많습니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나 〈끌려감〉이나 〈빼앗긴 순정〉 같은 그림 곁에 〈못 다 핀 꽃〉이 있습니다. ‘꽃’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꽃이 왜 꽃인지 얼마나 알까요? 꽃이 꽃인 뜻이나 말밑이나 말결을 모르는 채 아무 데에나 섣불리 ‘꽃’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노리개로 삼지는 않는지요? ‘꽃할머니’라는 이름은 여러 할머니 그림에서 처음 비롯했습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일본 한자말 ‘위안부(慰安婦)’를 “1. 주로 전쟁 때 남자들의 성욕 해결을 위하여 군대에 강제로 동원된 여자 2. [역사] 일제에 강제 징용되어 일본군의 성욕 해결의 대상이 된 한국, 대만 및 일본 여성을 이르는 말 = 일본군 위안부”처럼 풀이합니다. ‘국립국어원 뜻풀이 = 나라 목소리(정부 관점)’입니다. 나라에서는 꽃할매한테서 멍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서 눈물을 함께 흘리며 새빛을 가려는 마음을 여태 안 틔웁니다. 총칼을 거머쥐며 나라가 시키는 대로 앞장서는 슬픈 사내는 싸울아비로 뒹굴면서 가시내를 짓밟게 마련입니다. 총칼은 ‘살리는 길’이 아닌 ‘죽이는 수렁’입니다. 꽃할멈은 “못 다 핀 꽃”이어도 “꽃길을 밝히는 사랑빛”입니다.


ㅅㄴㄹ


꽃할머니 (꽃 + 할머니) : 1. “풀·나무가 씨앗·열매을 맺으려고 피우는 숨결”인 ‘꽃’이고, “사랑을 받거나 아름답거나 멋진 사람”인 ‘꽃’이며,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신 나날·때·철·삶”인 ‘꽃’이자, “가장 돋보이거나 대수롭거나 뜻있거나 큰 자리·사람·일”인 ‘꽃’이다. ‘꽃할머니’는 아이들하고 뒷사람한테 “열매를 맺으려고 피우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숨결을 뜻있고 크고 넓고 깊게 들려주거나 보여주거나 알려주거나 물려주는 할머니”를 가리킨다. 꽃순이로 피어나는 삶·살림을 손수 짓고 가꾸면서 아이들하고 뒷사람한테 사랑이라는 씨앗을 물려주는 할머니인 꽃할머니를 가리킨다. 2. “사랑을 받거나 아름답거나 멋진 삶·살림을 지을 무렵 싸움터로 끌려가서 시달리고 들볶이고 억눌리면서 몸·마음에 멍울과 생채기와 눈물이 깃든 할머니”를 가리킨다. 꽃순이로 피어날 길이 가로막힌 채 몸·마음에 멍울과 생채기와 눈물이 깃들었으나, 이 멍울과 생채기와 눈물을 달래고 씻으면서 아이들하고 뒷사람한테 ‘어리석은 총칼·싸움을 사랑으로 녹여서 없애는 슬기롭고 참한 삶빛’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할머니이다. (= 꽃할매·꽃할멈·꽃사람·꽃잎·꽃. ← 위안부, 위안부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 종군위안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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