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소똥구리 2023.1.9.
소똥구리가 살아가려면
들일을 하는 소가
들풀 먹고 들길 걷다가
풀똥 뽀직뽀직 누어야지
소똥구리가 살아가자면
풀밭인 흙길에 흙도랑에
개구리 맹꽁이 이웃하고
메뚜기 잠자리 날아야지
소똥구리는
들내음 풀내음 흙내음
바람내 햇내 논밭내
듬뿍 머금으면서 살아
소 곁에 질경이
소똥구리 곁에 냉이
이 곁에
맨발로 달리는 어린이
ㅅㄴㄹ
사람하고 소가 한집안을 이루면서 함께 들일을 하고 풀밥을 먹는 나날에, 소똥구리는 들길에 떨어진 소똥을 동글동글 굴리면서 살림을 지었습니다. 어느덧 시골 들판에서 일소가 사라지고 경운기·트랙터·콤바인이 큰소리를 뿜으면서, 들길이나 논도랑이 시멘트로 덮이는 사이, 소똥구리는 삶터를 모두 빼앗겨 이 땅을 떠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