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24.

오늘말. 지는꽃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한창 갈무리하던 2005∼2006년에 익산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은 “늙은이는 지는꽃이지요.” 하고 고개숙여 말씀하시면서도 눈망울이 맑았습니다. 묵은것은 무너지게 마련이요, 낡은 몸이나 나이는 고리타분하게 여길는지 모르는데, 수수하게 순이로 살아온 나날을 토닥토닥 글로 여미셨고, 더 쉽고 부드러이 글을 가다듬고픈 꿈을 키우셨어요. 오래되기에 늙마일 수 없어요. 생각을 짓지 않기에 늙다리입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여든이나 아흔 나이여도 안 뒤떨어집니다. 아니, 생각을 짓는 사람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나달거리지 않아요. 아니, 스스로 생각빛을 밝히기에 마음이 밝고, 스스로 생각날개를 펴기에 숨결이 환해요. 생각이 안 자라는 데이기에 낡은길이나 낡은틀입니다. 생각이 샘솟지 못 하도록 틀어막는 고린짓이기에 버림치나 마병이나 넝마입니다. 《지는 꽃도 아름답다》라는 작은책을 두고두고 곁에 두었습니다. 빛잃지 않는 살림을 담거든요. 빛나는 삶길을 아직 모르는 젊은네한테 들려주는 씨앗을 담기에 글이 싱그러워요. 누구나 씨앗을 품기에 곱고, 씨앗을 잊거나 잃기에 떠돌깨비가 되어 갑니다.


ㅅㄴㄹ


가다·무너지다·묵은것·고리다·고린내·고린짓·고리타분하다·코리타분하다·구닥다리·낡다·낡아빠지다·낡은것·낡은길·낡은물·낡은틀·너덜너덜·너덜거리다·너덜대다·나달나달·나달거리다·나달대다·넝마·마병·버림치·쓰레기·늘그막·늙마·늙다·늙네·늙님·늙다리·늙둥이·늙은이·뒤떨어지다·뒤지다·뒤처지다·떨려나가다·떨어져나가다·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떨어트리다·바래다·빛잃다·옛날·옛것·오래되다·오랜것·지는꽃·지다 ← 퇴물, 퇴락


아무개·알지 못하다·알못·알못이·알못꾼·모르다·나그네·떠돌다·떠돌아다니다·떠돌이·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 ← 무연고(無緣故), 무연고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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