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4.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릴 겁니다》

 김정화·빨간모자들·이정인·홍신애·시포네·그림자소녀, tampress, 2021.6.30.



눈이 쌓일 날도 일도 없이 사르르 녹는 고흥.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로 나가려는데,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타다가 오른무릎을 쿵 찧는다. 이렁저렁 볼일을 마치고 다시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내리자니 두 아이가 달려와서 마중을 한다. “아버지 저기 봐! 오리떼가 있어!” 바닷가 아닌 들판이랑 멧자락을 낀 마을에 왠 오리떼인가 하고 고개를 돌리니, 참말로 가창오리떼가 하늘을 까맣게 덮는다. “우리 집 위에서 까맣게 날아서 새똥 잔뜩 떨어지는 줄 알았어!” 하는 말에 웃었다. 그러게, 올해에는 유난히 제비도 까막까치도 물까치도, 여기에 가창오리도 떼지어서 마당 위부터 마을 위를 넓게 춤추며 나는구나.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릴 겁니다》를 돌아본다. 책이름 그대로 대구 한켠에서 그림빛이며 글빛이며 책빛이며 수다빛을 가만히 피우는 ‘아줌마들 이야기’가 냇물처럼 흐른다. 아줌마 수다는 아저씨 말잔치(화려한 언변·인문학 강연)가 아니기에 즐겁다. 수다를 펴면 즐겁되, 말잔치로 가면 물린다. 아저씨들도 두런두런 모여서 그림수다에 글수다에 책수다를 펴고, 살림수다에 삶수다에 사랑수다를 펴기를 빈다. 수더분하게 모여서 수수하게 수다꽃을 피우는 아줌마하고 아저씨가 온누리를 숲빛으로 바꾸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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