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말 사전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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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

비추천도서이다.

부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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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1.16.

맑은책시렁 289


《나쁜 말 사전》

 박효미 글

 김재희 그림

 사계절

 2022.2.25.



  《나쁜 말 사전》(박효미·김재희, 사계절, 2022)은 모두 36 낱말을 ‘나쁜말’이라고 여기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녹색 어머니회·여직원·학부형·집사람·치맛바람·미망인·처녀작’처럼 순이하고 얽힌 낱말을 많이 다루고, ‘정상 비정상·남자가 여자가·불우 이웃·숏 다리·삐끼·애완동물·짱깨·촌놈’처럼 어떤 자리나 모습하고 얽힌 낱말을 나란히 다룹니다.


  그런데 ‘장사꾼·뚱보·벙어리·장님·늙다리·꼰대·대가리·대박’ 같은 우리말을 그저 나쁜말로만 삼기도 합니다. 또한 ‘쟁이·장이’를 붙이는 우리말씨도 그냥 나쁜말로만 다루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말로 하면 나쁜말”이고, “한자말로 하면 안 나쁜말”로 삼는 얼거리입니다. 한자나 영어로 바꾸면 안 나쁠 수 있을까요? ‘낱말’이 나쁠 수 없습니다. 모든 낱말은 어떤 모습하고 자리하고 결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바꿀 대목이란 ‘낱말을 다루는 마음’이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을 안 바꾸면서 ‘한자말로 허울좋게 바꾼다’고 해본들 달라질 일이 없습니다.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바꾸다가 ‘장애우’로 바꾸는 틀이 올바를까요? 한자 ‘-사’만 붙이면 다 좋은말이 될까요?


ㅅㄴㄹ


(21쪽 유모차) 유모차는 어린아이를 태우는 작은 수레를 말한다 : 유아차라고 하면 된다

→ 아기를 태우는 수레는 ‘아기수레’입니다. 한자 ‘유아’를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53쪽 장사꾼) 장사꾼은 장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 상인이라 부르는 게 좋다

→ 장사를 하니 ‘장사꾼’입니다. 요새 ‘일꾼’이란 말을 안 쓰고 ‘노동자’라고만 쓰는 듯한데, ‘-꾼’을 그저 나쁘게 여기는 탓이지 싶습니다. ‘살림꾼’이란 우리말이 버젓이 있어도, ‘성차별이 가득한 가정주부’ 같은 낱말을 그냥 쓰는 터전이기도 합니다. ‘장사꾼’을 제대로 쓰도록 이끌 줄 알아야 하고, ‘장사하다’처럼 수수하게 쓰면 됩니다.


(59쪽 벙어리) 벙어리는 말 못 하는 장애인을 얕보는 말이다 : 언어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게 좋다

→ 입을 ‘벙긋’ 한다고 할 적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벙 + 어리’는 얼개 그대로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벙어리’란 말이 잘못일 수 없어요. ‘벙긋’은 ‘벙글벙글’ 웃는 모습도 가리키지요. 소리를 안 내고 웃기에 ‘벙글·벙긋·방긋·빙글·빙그레’입니다. 또한, 소리가 없이 가만히 피어난다고 여겨 ‘봉긋’으로 이어 ‘봉오리(꽃봉오리)’라 해고, 비슷한 ‘몽우리·망울’이 있습니다. 벙어리인 ‘사람’을 깔보거나 괴롭히는 터전이 잘못입니다. ‘장애’란 한자말을 넣은 “언어 장애인”은 어떻게 ‘안 나쁜 안 차별 낱말’일까요?


(61쪽 장님) 장님은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을 낮잡아 보는 말이다 : 시각 장애인이라고 하는 게 좋다

→ 우리말 ‘님’은 서로 높이는 자리에 씁니다. ‘장 + 님’입니다. ‘-님’을 붙인 ‘장님’을 찬찬히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말끝마다 ‘장애인’이라고 집어넣는 말씨가 거꾸로 따돌림(차별)으로 가는 지름길인 줄 느끼기를 바랍니다.


(69쪽 도배장이) 다른 직업에는 선비나 벼슬 등을 의미하는 ‘사(師·事·士)’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판사, 의사, 교사처럼 말이다 : 직업을 하찮게 여기는 느낌이 있다면 안 쓰는 게 좋다

→ 우리말 ‘-쟁이’하고 ‘-장이’는 결이 다릅니다. 어느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가볍게 할 적에는 ‘-쟁이’요, 어느 일이 익숙하거나 오래했거나 잘 다룰 줄 알 적에는 ‘-장이’를 붙입니다. ‘도배장이’는 도배라는 일을 익숙하게 하거나 오래했거나 잘 다루는 일꾼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77쪽 대가리)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말한다.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말할 때 쓰인다 : 머리라고 해야 한다

→ 우리말 ‘대가리’는 ‘대 + 가리’요, ‘대’는 ‘꽃대·속대·장대·작대기·대나무’라든지 ‘대단하다·대수롭다’에 깃드는 ‘대’로 크거나 복판을 차지하는 곳을 가리킬 적에 씁니다. ‘가리’는 ‘갈피’하고 맞물리는 낱말로 ‘가름·가눔·가림’하고 ‘갓(메·山)’하고 얽힙니다. 사람한테 안 쓴다고 해서 낮춤말일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하고 사람이 아닌 숨결을 가르려고 낱말을 갈라서 쓸 뿐입니다. 갈라서 쓰는 말을 섣불리 나쁜말로 삼지 않아야겠습니다.


(81쪽 단일 민족) 단일 민족은 단 하나의 민족이라는 뜻이다. 외국인이나 다른 민족을 인정하지 않는 맥락에서 쓰일 때는 차별의 뜻을 담고 있다 : 차별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게 좋다

→ 이웃나라나 이웃겨레를 따돌리는 사람이라면 바보입니다. 철없는 사람이지요. 한겨레이든 두겨레이든 여러겨레이든 대수로울 일이 없습니다. 하나인 겨레는 그저 ‘한겨레’로 가리킬 뿐입니다. 또한 ‘한겨레’는 두 갈래 뜻이 있으니, 첫째는 “하나인 겨레(= 단일민족)”이고, 둘째는 “하늘에서 온 겨레(= 한민족)”입니다. 말밑하고 말뜻을 똑똑히 갈라서 알려줄 노릇입니다. 한겨레이기에 훌륭할 까닭이 없고 이웃겨레이기에 낮을 까닭이 없습니다. 똑바로 살펴서 제대로 알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게 마련입니다.


(83쪽 점쟁이) 글쟁이는 글 쓰는 사람을 낮추어 보는 말이다. 관상쟁이는 관상 보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 겁쟁이는 겁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보는 말이다 : 역술인이라고 하면 된다

→ ‘-쟁이’는 낮춤말이 아닙니다. 두렴쟁이(겁쟁이)는 낮춤말일 까닭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두려워하니까(겁내니까 두렴쟁이(겁쟁이)라 할 뿐입니다. 한자말 ‘역술인’으로 바꾼들 무엇이 바뀔까요? 우리말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부터 바꾸기를 바랍니다.


(89쪽 몰래카메라) 몰래카메라는 상대의 허락을 얻지 않고 몰래 찍는 카메라를 말한다 : 불법 촬영이 맞는 말이다

→ ‘몰래’란 우리말이 왜 나쁠까요? 알쏭합니다. 한자말 ‘불법’을 써야 틀(법)에 맞고 좋을까요? 몰래질을 하지 않도록, 훔침질을 하지 않게끔, 우리 터전을 가다듬고 바르게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나쁜말’을 다루려면

아이들마저 함부로 쓰는

‘씨발(씹할)’이나 ‘존나(좆나)’가

왜 얄궂은 말씨인가를 짚을 노릇이다.

엉뚱한 말을 괴롭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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