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노래꽃 . 봐주다 2023.1.8.



비가 살살 오는 날

풀잎이 나오고

꽃망울이 터지고

냇물이 시원히 흐르고


해가 살살 뜨는 날

줄기가 굵고

가지가 벌어지고

들숲이 따뜻이 푸르고


바람이 살살 부는 날

빨래가 마르고

작은새가 노래하고

우리가 즐겁게 만나고


빗줄기를 돌아보고

햇살을 바라보고

바람꼬리를 보고

내 마음을 보아주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여든잔치를 누린 가시아버지는

아직도 미움(원한)을 품고서 살아간다.

살다 보면

누구를 미워할 수 있겠지.

그런데 왜 미워해야 할까?

미운놈을 콕 집어서

그놈만 없다면 하고 되뇔 적에

우리 삶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미운짓을 하는 놈이 있다면

나더러 미움소용돌이에 휘말리려고

꼬드기는 셈이다.


미운짓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미움씨앗을 뿌려서

스스로 미움씨앗을 거둔다.


그들을 쳐다볼 까닭이 없다.

오직 우리 스스로 마음빛을 바라보면서

‘보아주기(봐주기)’를 할 노릇이다.


구태여 한자말 ‘용서’가 아닌

우리말 ‘봐주기’를 쓰는 뜻을

가시아버지가 부디

더 늦지 않게 깨달으시기를 바라면서

이 동시를 썼고

작은아이가 그림을 곁들여 주었고

할아버지한테 새해빛(선물)으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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