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20 사실 진실
한글로 나온 숱한 낱말책은 “장소(場所) :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 “곳 : 공간적인 또는 추상적인 일정한 자리나 지역”, “자리 : 사람이나 물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공간(空間) :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처럼 풀이합니다. 낱말책을 읽어서는 ‘장소·곳·자리·공간’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고, 우리말·한자말을 아무렇게나 섞다가 그만 종잡지 못하는 넋으로 흐르지요. 한자말 ‘사실·진실’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쉽게 보자면 “겉모습·껍데기 = 사실”, “속모습·알맹이 = 진실”입니다. 아직 우리네 낱말책은 ‘겉모습·껍데기(올림말 늘리기+엉성한 뜻풀이)’에 갇힌 채 ‘속모습·알맹이(제대로 뜻풀이+말밑·말결 밝혀서 나누기)’가 없는 셈입니다. 말을 말다이 알려면 겉이 아닌 속을 보면서 삶을 읽고 살림을 가꾸어 사랑으로 가는 실마리를 찾아나설 노릇입니다. 낱말을 더 많이 알아야 글을 더 잘 쓰지 않습니다. 아는 낱말이 적더라도 삶을 말에 어떻게 얹어서 살림빛을 노래하는가를 읽어내어 다룰 줄 아는 사람이기에 글을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씁니다. ‘모르는 말’을 찾으려고 낱말책을 들추면 늘 모를 뿐이에요. ‘배울 말’을 찾으려고 낱말책을 펴면 늘 새롭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