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신문>에 실으려고 쓴 글입니다. 마감날짜에 맞추어 겨우 썼네요. 히유....


 책으로 보는 눈 12 : “신문을 읽으시는 일은 좋지만”

 7월 17일 제헌절 아침, 시내버스를 타고 월미도로 나갑니다. 영종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고 싶기도 했고, 나중에 자전거모임 사람들하고 영종도와 용유도를 한 바퀴 돌 생각에 미리 다녀와 보기로 합니다. 동인천에서 탄 시내버스가 월미도에 닿아 바닷가 쪽으로 걸어갑니다. 열세 해 만에 와 보는 월미도. 제헌절이 쉬는날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날이 환하게 개어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붐빕니다. 먼저 표파는곳으로 갑니다. 10분 거리인 영종도를 다니는 배삯은 어른 2500원. 왔다갔다 하려면 5000원. 자전거를 태우면 2500원이 덧붙어, 자전거로 영종도 다닐 생각으로 배를 타면 1만 원이 듭니다. 예전에도 자전거삯을 받았던가? 연안부두에서 제주섬까지 배를 타고 갔을 때 자전거삯은 따로 안 받았는데. 제주섬에서 목포로 갔을 때에도 자전거삯을 달라 하는 사람 없었는데.
 바닷가를 옆으로 끼는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천천히 걷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날씨인데 구름이 걷히며 해가 쨍쨍 납니다. 더워서 등판에 땀이 흐르지만 이 ‘문화의 거리’에는 햇볕을 그을 만한 그늘이 없습니다. 햇볕에 익고 싶지 않으면 바닷가 한쪽에 길게 이어진 횟집이나 찻집이나 밥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길가에 뒷간을 두 군데 마련했으나 크기가 작아 여자 쪽은 한참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판.


 ‘문화의 거리’ 맨 끄트머리에 겨우 한 군데 마련되어 있는 ‘그늘 있는 걸상’을 찾아낸 뒤 잠깐 다리쉼을 합니다. 싸 온 도시락을 먹으며 생각합니다. 앞으로 월미도를 다시 찾아올 일이 있을까? 인천사람인 내가.


 시내버스를 타고 동인천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갈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서울에 있는 헌책방 나들이를 해 보기로. 용산에 있는 〈뿌리서점〉으로 갑니다. 동인천부터 용산까지는 급행전철이 있어 금방 손쉽게 오갈 수 있습니다.


 헌책방에서 즐겁게 책을 구경하다가 작은것을 보려 뒷간에 가려는데, 뒷간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닫혀 있습니다. 헌책방 아저씨한테 여쭈니, 일요일이나 공휴일처럼 건물(여성단체협의회 건물입니다)이 쉴 때에는 경비원도 쉬는 터라 모든 문을 잠가 놓아서 뒷간에 갈 수 없답니다. 그래서 남자 분들 작은것을 보는 뒷간을 바깥에 임시로 만들었고, 여자 분들 볼일 볼 뒷간을 둘레 건물에서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책 구경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갑니다. 저처럼 잠깐 서울 나들이를 마친 사람, 쉬는날임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을 사람 들로 해서 동인천 급행전철이 미어터집니다. 용산을 떠난 전철은 대방역께부터 설 자리가 모자랄 만큼 들어찼고, 이런 가운데에도 신문을 넓게 펼쳐서 읽는 분이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깊이 마음쓰시는 분이로군요. 이분, 제법 나이를 잡수신 아저씨는 바로 제가 앉은 앞에서 신문을 펼쳐 읽으십니다. 부천역까지 왔을 즈음, 도무지 견디기 어려워 쪽지를 써서 드립니다. “신문을 읽으시는 일은 좋지만, 불빛을 모두 가리지 않으시면 고맙겠습니다.” (4340.7.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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