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옷 생각 브로콜리숲 동시집 32
신재섭 지음, 구해인 그림 / 브로콜리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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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동시읽기 2023.1.7.

노래책시렁 281


《시옷 생각》

 신재섭

 브로콜리숲

 2022.1.20.



  우리가 쓰는 말은 하늘에서 왔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바람빛을 읽고 햇빛을 살피고 별빛을 헤아린 사람들이 스스로 지었거든요. 우리가 쓰는 말은 들숲에서 왔습니다. 들숲을 이룬 흙을 읽고 풀꽃을 살피고 나무를 헤아린 사람들이 손수 지었어요. 우리가 쓰는 말은 오늘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문득 사랑을 새롭게 알아보면서 짓고, 어버이랑 한집살림을 누리는 아이가 시나브로 사랑을 새롭게 돌아보면서 함께 지었어요. 《시옷 생각》을 쓴 분도 이 노래책을 읽을 어린이도 으레 잿집(아파트)에 살겠거니 싶습니다. 요새는 잿집 아닌 데에 사는 사람이 드물고, 시골조차 잿집이 우르르 올라옵니다. 어린이가 다니는 배움터도 잿집을 닮아요. 지난날 배움터는 시골집스레 ‘마당 있는 살림집’을 닮았다면, 오늘날 배움터는 서울스레 ‘마당 없고 전자제품 넘치는 잿집’을 닮습니다. 이러다 보니 ㅅ을 살피는 글도 서울스럽고, 개구리도 들숲이 아닌 싱싱칸(냉장고)에서 찾는 글이 태어납니다. 잿집은 잿빛입니다. 잿집에서는 씨앗이 싹트지 않습니다. 잿집에 깃들면 하늘도 흙도 바람도 별도 바라볼 틈이 없습니다. 이제는 잿집을 훌훌 털고서 어린이하고 맨손 맨발 맨몸으로 들판에 서야 비로소 어른스러우리라 봅니다.


ㅅㄴㄹ


우리 집 냉장고에 / 개구리가 살아요 // 개록개록 개고르르 개고르르 / 밤낮으로 울어요 // 겨울이 되자 몸을 떨며 / 캐륵캐륵 캐르르 캐르르 울어요 (개구리 냉장고/30쪽)


옷, 깃발, 햇살, 날갯짓, 빗방울 …… // 시옷이 들어간 말에는 바람이 스치는 것 같아 / 내 머릿결 쓸어 주는 엄마의 손가락빗처럼 (시옷 생각/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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