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 책을 위해서라면 무녀가 되겠어 6
스즈카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문기업 옮김, 카즈키 미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1.6.

꿈과 삶 사이에는



《책벌레의 하극상 2-6》

 카즈키 미야 글

 스즈카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2.4.30.



  《책벌레의 하극상 2부 6》(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2)에 이르러 비로소 책을 손에 쥡니다. 아무나 책을 만질 수 없고, 읽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글이나 셈도 익힐 수 없는 어느 나라에 똑 떨어지듯 태어난 작은 사람은 ‘예전에 책벌레로 살던 나날’을 고스란히 떠올리며 살아왔습니다. 새몸을 입고 태어났기에, 새삶을 누릴 노릇인데, 새터에는 책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으니 죽을맛이었다지요. ‘예전에 책벌레로 살던 나날’을 몽땅 잊었다면 새삶을 고분고분 받아들였을 테지만,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보내던 하루를 잊을 수 없기에, 밑바닥부터 새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흙판부터 생각했고, 새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쓰는 글하고 셈을 익힙니다. 새터에는 없는 여러 살림을 ‘옛터에서 쓰던 살림을 떠올려서 하나씩 새로짓’고, 이렇게 새로지은 ‘옛터 살림’을 목돈을 받고서 팔 수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떤 몸을 입고 살아가도 하루를 지을 노릇입니다. 밥살림이며 옷살림이며 집살림이 없이는 삶이 없습니다. 모든 살림은 두 갈래예요. 하나는 손수 짓는 살림이요, 다른 하나는 돈으로 사는 살림입니다.


  우리가 읽는 글이나 책도 매한가지입니다. 손수 이야기를 엮고 짓는 글하고 책이 있다면, 이웃이 엮고 지어서 선보인 글하고 책이 있어요. 한집사람이 주고받는 말이나, 동무랑 이웃하고 나누는 말은 ‘손수 짓는 살림’이 바탕인 이야기입니다.


  손수 지은 옷하고 돈으로 산 옷을 헤아려 봐요. 돈으로 산 옷이기에 나쁠 수 없습니다만, 돈으로 산 옷에는 스스로 품을 들인 삶은 없습니다. 손수 지은 옷이기에 더 좋을 수 없습니다만, 손수 지은 옷에는 스스로 품을 들인 삶이 있어요.


  멋지게 짓기에 아름다운 집이 아닙니다. 손수 품을 들여 가꾸고 돌보기에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집입니다. 멋지게 쓰기에 아름다운 글이 아닙니다. 손수 짓는 하루를 고스란히 담기에 사랑이 피어올라 저절로 옮기는 글입니다.


  작은아이 ‘마인’은 고삭부리로 태어났는데, 《책벌레의 하극상 2부 6》은 이 아이가 이태에 걸쳐 땀흘려 일군 ‘그림책 하나’를 보여줍니다. 그림꽃책으로 치면 13걸음 만에야 책을 얻습니다. 손수 책을 짓고 싶어서 종이에 붓에 글물(잉크)까지 손수 마련했고, 고삭부리라서 스스로 해낼 수 없는 일이 맡기에 둘레 뭇사람을 차근차근 이끌고 가르쳐서 저마다 솜씨꾼으로 빛나는 하루를 지으면서 함께 ‘책 한 자락 짓기’에 온마음을 기울일 수 있도록 보듬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는 책도 이와 같아요. 글님 한 사람만으로는 책이 없습니다. 펴냄터만으로도 책이 없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저마다 거들거나 함께하면서 책 한 자락을 짓고 펴고 나눕니다. ‘몇몇만 누리던 살림’을 넘어 ‘누구나 누리는 살림’을 이루기까지 숱하게 흘리는 땀방울에 사랑에 마음이 흐릅니다.


ㅅㄴㄹ


“여기가 아닌, 다시는 갈 수 없는 꿈속 같은 곳에서 알게 됐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신관장님은 믿어 주시겠나요?” (12쪽)


‘내가 종이 만들기에 처음 도전했을 때는 루츠와 단둘뿐이었지만, 그림은 빌마에게, 종이와 잉크는 고아원 사람들에게, 나무 테두리는 루츠의 형들에게, 롤러와 커터는 요한에게, 재료는 벤노 씨에게, 지금은 규모가 커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다같이 완성을 기대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62∼63쪽)


“완성했어.” “마인, 해냈구나!” “루츠랑 루리 덕분이야. 너무 기뻐. 오래 걸렸어. 직접 책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지 약 2년.” (84∼85쪽)


“실패한 경험을 앞으로 잘 살리면 되잖아? 다음에 인쇄할 때는 미리 종이를 많이 준비해 두자.” (93쪽)


“무릎을 꿇어서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다면 뭐 어떤가요.” “하지만.” “프랑. 분노의 방향이 고아원을 향해선 곤란하잖아요?” (109쪽)


“책은 예술품이 아니라 지식과 지혜의 결정이에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값싼 책을 양산하고 싶어요.” “값싼 책을 양산해? 많은 사람이 책을 필사하게 한다는 말인가?” “아니요, 인쇄로 양산할 거예요.” (158쪽)


#鈴華 #香月美夜 #椎名優 #本好きの下剋上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