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30.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옥남 글, 양철북, 2018.8.7.
엊그제 보니 우리 동백나무에 꽃송이가 벌어졌다. 하나를 보고 둘을 본다. 대견하구나. 찬바람에 꽃망울이 더욱 단단하고, 찬비에 외려 붉게 꽃송이를 터뜨린다. 곰곰이 보면 모든 풀꽃나무는 겨울날 찬바람을 듬뿍 머금으면서 새봄을 푸르게 일으키는구나 싶다. 여름에 무럭무럭 자라고, 가을에 널리 나누어 주고는, 겨울에 깊이 꿈을 꾸고는, 봄에 푸릇푸릇 꽃내음을 편달까. 오늘부터 비로소 긴소매하고 긴바지를 입는다. 저녁에 부엌 돌쩌귀를 고친다. 선틀(문설주)을 파내어 경첩을 대고서 조임쇠를 박는다.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은 틀림없이 한결 빛나는 책이 될 만했다. 할머니 하루쓰기를 담아내려는 뜻은 참으로 훌륭한데, 그저 수수하게 글을 모아 놓지 못 하는구나. 오늘날 숱한 글이며 책이 온통 꾸밈글인 탓일까. 안 꾸미고서 살림을 짓는 수수한 하루를 누리지 않는 서울살림(도시문화)인 터라, 할머니 글꾸러미를 어떻게 건사할 적에 빛나는가를 모를 만하리라. 늘 풀꽃나무를 곁에 두고, 언제나 풀노래·바람노래·별노래를 누리는 터전을 모른다면, 또 시골버스를 타고 천천히 오가는 시골길을 모른다면, 책에도 시골빛을 담는 눈망울을 모를 수밖에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