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12.30.

곁말 84 골목그림



  2019년 즈음부터 ‘어반 스케치’라는 낯선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 이 영어(또는 일본영어)를 꽤 쓰는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컨트리 스케치’도 있을까요? ‘어반 스케치’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서울빛뿐 아니라 시골빛을 담는 듯싶습니다. 어디에서나 그림을 즐긴다면 ‘그림’ 한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예전에는 한자말 ‘사생(寫生)’이라 안 하면 그림이 아니라는 듯 여기던 물결이라면, 요즈음은 영어 ‘스케치’라 안 하면 그림이 아니라는 듯 여기는 너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붓종이(필기구)’를 챙깁니다. 슥슥 그리는 우리 집 아이들을 보는 이웃님은 으레 “어머, 무슨 스케치이니?” 하고 묻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그림인데요?” 하고 대꾸합니다. 아무래도 그림을 ‘그림’이라 말하지 않으니, 서울을 ‘서울’이라 말하지 않고, 마을을 ‘마을’이라 말하지 않으면서, 골목을 ‘골목’이라 말하지 않는구나 싶어요. 서울빛을 담으면 ‘서울그림’입니다. 마을빛을 옮기면 ‘마을그림’입니다. 골목빛을 여미면 ‘골목그림’이에요. 새롭게 이름을 붙이고 싶으면 ‘그림꽃’이나 ‘그림노래·그림놀이’라 할 만합니다. ‘스케치 여행’이 아닌 ‘그림마실·그림나들이’예요. 사뿐사뿐 거닐며 그리고 나눕니다.



골목그림 (골목 + 그림) : 골목을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골목에서 살아가는 나날·하루·삶·모습·오늘을 그대로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마을그림 (마을 + 그림) : 마을을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마을에서 살아가는 나날·하루·삶·모습·오늘을 그대로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서울그림 (서울 + 그림) : 서울을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서울에서 살아가는 나날·하루·삶·모습·오늘을 그대로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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