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3 책상은 책상이다



  서울대 앞 〈책상은 책상이다 2〉이란 이름인 헌책집에 1994년에 처음 찾아간 날, 책집지기님이 열아홉 살 젊은이한테 《책상은 책상이다》를 건네었습니다. “오늘 있는 책은 허름한 판밖에 없지만 속은 멀쩡하니까 읽어 보게.” 하더군요. 이날 헌책집지기님이 건넨 책을 읽고서 한동안 이 책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래, 책상은 책상이야. 사람은 사람이야. 사랑은 사랑이야. 바보는 바보야. 그저 그뿐이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아.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아. 마음을 보려고 해야 마음을 볼 수 있어. 마음을 안 보려 하면 끝끝내 마음을 못 볼 테지.” 하는 생각을 혼자 전철길에서 가다듬으며 되읽었습니다. 아름다운 책을 만나면 “아름책입니다.” 하고 서글서글 말합니다. 거짓스런 책을 만나면 “거짓책(비추천도서)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저는 아름책도 거짓책도 읽습니다. 아름책에서는 아름빛을 읽으면서 배우고, 거짓책에서는 거짓빛을 느끼면서 배웁니다. 이렇게 살아가니 아름답고, 저렇게 살려 하니 거짓스럽습니다. 삶은 두갈랫길(양자택일)이 아닙니다. 아름빛을 보고 싶다면 아름길로 갈 뿐이고, 거짓수렁에 잠기고 싶으니 거짓길로 빠져요. 낱말책(사전)을 쓰니까, 안 가리고 모든 책을 읽되, 참거짓을 헤아리고 짚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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