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찾으러 간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28
장문석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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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279


《꽃 찾으러 간다》

 장문석

 실천문학사

 2014.12.5.



  ‘글’을 쓴다고 해도 울타리가 높다는 분이 있으나 ‘시’라고 하면 울타리를 엄두조차 못 내는 분이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자 해도 담이 높다는 분이 있지만 ‘문학’이나 ‘예술’이라 하면 담이 아찔하다는 분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글·노래’라 하면 썩 안 높다고 여기고, 한자말로 ‘시·문학·예술’이라 하면 썩 높다고 여기더군요. 그러나 어느 말로 가리키든 똑같습니다. 바라보는 마음만 다릅니다. 《꽃 찾으러 간다》는 ‘시·문학·예술’로 매만지면서 묶은 꾸러미라고 느낍니다. 잔뜩 매만져서 길들인 티가 물씬 흐릅니다. 오늘날은 이렇게 써야 시요 문학이고 예술이라 할 테지요. 그러나 ‘조로서도(鳥路鼠道)의 잔도’나 ‘행화촌(杏花村) 살구막’처럼 치레하는 꾸밈새를 ‘글’이라 해도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시·문학·예술’이라는 옷을 입힌다면 아무래도 ‘노래’일 수는 없겠구나 싶습니다. 그저 글을 써서 서로 띄우고 받으면서 누리기에 즐겁습니다. 그저 노래를 부르면서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북돋우면 아름답습니다. 이제라도 글을 쓰기를 바라요. 이제부터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꾸며야 시가 된다면, 시는 없어도 됩니다. 치레해야 문학이나 예술이 된다면, 문학이나 예술은 부질없습니다.


ㅅㄴㄹ


그 향내를 더듬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로서도(鳥路鼠道)의 잔도가 전혀 두렵지 않았던 것을 (차마고도 1/13쪽)


행화촌(杏花村) 살구막에 들어 젓가락 장단 걸판지게 놀다나 갈까 (차마고도 3/16쪽)


형님 생신을 핑계로 간만에 만난 우리 4남매, 생선회 몇 접시 거나하게 포식하고는 짧은 인사치레로 뿔뿔이 흩어지는데 / 덜컥! 다가선 서산마루에 살점을 모두 발린 생선 한 마리가 붉은 숨 헐떡이며 길게 누워 있을 때 (지청구/1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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