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 - 애장판
오자와 마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사랑으로 가는 사람인 어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

 오자와 마리

 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12.3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오자와 마리/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을 읽으면서 온누리를 아름답게 밝히는 노래란 언제나 사랑 하나인 줄 새록새록 생각합니다. 사랑을 그릴 줄 알기에 노래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기에 웃을 수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둘이기에 춤출 수 있습니다.


  거꾸로 보자면, 사랑 하나를 등지기에 온누리를 매캐하게 더럽혀요. 사랑을 안 그리기에 노래가 없이 늙어갑니다. 사랑을 바라지 않으니 꿈이 없이 메마른 마음이에요.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서 혼자 거머쥐려 하니 온통 싸움판입니다.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일’이란 무엇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돈을 벌려고 몸을 움직이거나 무엇을 하기에 ‘일’이기도 하지만, “오늘 일은 무척 반가워”처럼, 뜻하거나 바라거나 그리거나 일어나거나 맞이하는 모두를 ‘일’이라 합니다. 물결이 일듯, 하루가 일어나듯, 몸을 일으키듯, 어제하고 오늘이 잇듯, 첫밗으로 나아가는 길이 ‘일’입니다.


  돈을 벌건 누구를 돕건, 무엇을 하는 살림을 가리키는 ‘일’을 일로 마주하면서 헤아리는 곳에서 비로소 하루를 바라보고 마음을 느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일으키는 바람을 살피면서 함께 살아가는 숨빛을 헤아리기에 찬찬히 싹트는 ‘사랑’일 테고요.


  노래하는 사람이라야 놀이를 합니다. 마음 가득 푸근하면서 홀가분히 놀 적에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서 맺는 ‘마음·이야기·일·놀이·살림·삶·하루·오늘·사람’을 언제나 ‘사랑’을 한복판에 놓고서 엮어 나갑니다. 사랑을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보여주고, 사랑을 잊은 채 헤매는 터전을 보여줍니다. 사랑을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누리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바뀌는 둘레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고요.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따로 가르칠 수 없고, 배우지 않아요. 사랑은 늘 스스로 마음에 심은 작은 씨앗 한 톨을 손수 돌보는 동안 시나브로 자라납니다. 남이 심어 주지 않는 사랑입니다. 스스로 바라보고 느끼고 찾고 가꾸기에 샘솟으면서 피어나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는 채 돈만 버는 사람은 ‘일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랑이 없이 돈만 버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요? 즐거울까요? 빛날까요?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할까요? 하나도 아닐 테지요?


  사랑을 품고 돌보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일한다’고 말할 만합니다. 사랑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혼자 거머쥐려 할까요? 남을 괴롭힐까요? 둘레를 망가뜨리는 막짓을 할까요? 아닙니다. 사랑으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은 온누리에 사랑을 심는 길을 갑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배울 길이라면 ‘사랑으로 짓는 일’입니다. ‘돈을 잘 버는 일’은 배우거나 쳐다볼 까닭이 없습니다. ‘돈이 될 만한 일’을 붙잡을 적에는 마음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에요.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짓는 일’을 하기에 스스로 넉넉하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서지요. 이때에 비로소 ‘어른’이란 이름을 받습니다.


  나이가 들기에 어른이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사랑으로 달래면서 펴기에 어른입니다. 나이만 더 먹는 사람은 늙은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에는 ‘사랑으로 가는 사람인 어른’ 한켠에 ‘아직 사랑을 모르거나 생각조차 않은 사람’을 놓습니다. 사랑 곁에서 사랑빛을 받으면서 거듭나는 사람을 보여주고, 사랑빛을 등지거나 손사래치려 들면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사람을 보여주지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을 노릇인가요? 우리가 어른으로 서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고 돌아볼 노릇인가요?


ㅅㄴㄹ


“구슬 같은 거 만져 본 지 40년 만이네.” “하지만 그애 교육상 정말 잘한 걸까요.” “나쁘진 않아. 어렸을 때는 불가사의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나는 법이지.” (43쪽)


“만나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직 때가 아냐. 집사람이 저 딸아이를 아직 용서할 수 없는 것처럼, 저 아이도 아직 우리들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럴까요. 저 여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81쪽)


“전부 할머니 고양이예요?” “원래부터 여기 있던 고양이도 있고, 모여든 고양이도 있어. 하지만 전부 누구의 고양이도 아냐. 고양이 자신의 고양이야.” (148쪽)


“엄마. 엄마, 왜 그래?” “군고구마 아저씨가 엄마 아프게 했어?” “아냐. 아냐, 농농.” “근데 왜?” “엄마 기뻐서 울고 있는 거야.” “기쁠 때도 눈물이 나와?” “응. 정말 기쁠 때엔 그래.” …… “토요가미 씨, 아버님께 전해 주세요. 다음엔 꼭 노조미 보러 오시라고요.” (189쪽)


“처음 하는 건데도 세 마리나 잡다니, 꽤 실력이 좋네.” “이딴 거 실력 좋아 봤자 별 쓸 데 없잖아.” “나중에 아버지가 됐을 때 애들이 좋아할 거야.” “뭐? 촌스러∼.” (217쪽)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꿈을 꾸기 위해, 어쩌면 그 때문에 태어나는 것일지도.’ (299∼300쪽)


“농농한테 아빠 모습이 보였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농농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야.” ‘그치만 나한테는 확실히 그렇게 보였다. 농농을 양팔로 안은 아키라의 모습이. 혹시 산타클로스는 진짜이고, 농농의 초대장을 그에게 전해 줬을지도 모른다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의 보석함에 살며시 간직하고 뚜껑을 닫는다.’ (386쪽)


#世界でいちばん優しい音樂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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