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12.22. 새벽나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말 ‘나절’은 “네 시간” 즈음으로 어림할 만합니다. 어제그제 부산마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새 셈틀이 집에 닿았고, 손본 속(내장 하드디스크)도 집에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새벽 네 시부터 아침 여덟 시까지 새 셈틀을 옮겨놓고, 손본 속을 찬찬히 짚어 보느라 새벽나절을 오롯이 씁니다. 살리지 못 한 글하고 빛꽃(사진)이 1TB가 넘기에 얼마나 가뭇없이 사라졌는지 잘 모릅니다. 누리길(인스타그램)은 틀림없이 여는길(비밀번호)을 종이에 적어 놓았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들어갈 수 없더니, ‘안 되겠어. 인스타는 안 해야겠어.’ 하고 생각하며 얼추 100벌째 ‘처음 넣었던 여는길을 다시 넣’자 들어갈 수 있더군요. 참 아리송하지요. 전 아까부터 ‘그 여는길을 고스란히 쳐서 넣었’는데 여태 못 들어가다가 세 시간이 넘어설 즈음 ‘아까부터 넣은 여는길대로 인스타가 열리니’까 말이지요.


  부산을 다녀오는 동안 버스에서 아마 열 시간 즈음 지냈지 싶어요. 이동안 얘기꽃(동화)을 두 꼭지 손으로 썼고, 노래꽃(동시)도 대여섯 꼭지를 새로 썼습니다. 책도 꽤 읽었고, 모든 부스러기 느낌을 지우고서 고요히 새걸음을 헤아리려고 가만히 눈을 감기도 했습니다.


  글은 이럭저럭 제법 살려놓기는 했으나, 2022년 11월 21일부터 12월 3일 사이에 여민 글은 하나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고작 보름 즈음이라 할 텐데, 이 보름 동안 새로 여민 글이 400꼭지 즈음일 텐데, 어느 글을 어떻게 살려내야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느긋이 짚고, 다시 뚜벅뚜벅 걸으면 천천히 되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낳아 돌보며 살아오며 남긴 빛꽃(사진)이 왕창 사라졌어도, 아이들하고 들숲바다를 누비면서 놀던 살림빛은 오롯이 마음하고 몸에 새겨 놓았어요. 가뭇없이 사라진 듯한 글이어도 되쓰려고 하면 새록새록 쓸 만합니다. 어느 낱말풀이를 어떻게 잃었는지 갈팡질팡할 수 있으나, 잃은 낱말풀이는 새삼스레 마음을 기울여 다시 하면 되겠지요.


  책을 낼 적마다 글손질을 열다섯 벌쯤은 가볍게 하는 터라, 예전에 쓰고 사라진 글이라 해도 “글손질을 하듯 새로 쓰려는 마음”이면 “잃은 글이 아닌 새로 쓸 글”일 뿐입니다. 전남 순천 마을책집 〈책방 심다〉를 기리는 사진잔치를 열려고 그곳 빛꽃을 차곡차곡 모았는데, 〈심다〉 빛꽃도 거의 다 사라진 듯싶습니다.


  어제는 오늘입니다. 오늘은 모레입니다. 어제 걸어온 길을 아로새긴 마음을 다독이면서, 오늘 다시금 한 발짝을 내딛으면, 우리 모레는 새롭게 빛나리라 느껴요. 이제 올해가 끝나고 새해가 올 때까지 읍내나 면소재지를 빼고는 바깥마실을 안 갈 테니, 이틀 동안 뚜벅뚜벅 책짐을 짊어지고 걷느라 다시 도진 발앓이를 느긋이 다독일 수 있겠지요. 간밤에는 발앓이를 하느라 내내 끙끙댔어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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