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잿집 2022.11.30.
굼벵이가 잠들고
지렁이가 기는 땅에는
열매 먹은 새가 똥누어
나무가 자라지
개미가 집잃고
개구리가 깃들지 못하는
새도 못 앉는 잿집엔
나무도 못 살아
숲에서 얻은
나무 돌 흙으로
차곡차곡 지은 집에
푸르게 피어나는 노래
숲을 밀어내
잿덩이 쇠붙이로
높이 쌓은 집채에
사람만 남아 왁자지껄
ㅅㄴㄹ
+ + +
※ 잿집 : 아파트 (시멘트로 세운 잿빛인 집)
.
잿빛으로 높이 올리는 집이 서울에 빼곡하고, 시골에도 자꾸 늘어납니다. 예전에는 나무·흙·돌·짚으로 집을 지었다면, 요새는 시멘트하고 쇠붙이로 올리는 집입니다. 지난날 나무집·흙집·돌집은 허물어서 새로 지을 적에 아무런 쓰레기가 없으나, 오늘날 잿집은 오래가지 못 하면서 쓰레기만 남습니다. 잿빛(시멘트)으로 덮는 곳에는 씨앗이 싹트지 못 하는데, 우리는 어떤 앞길을 바라보는 오늘일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