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2.16.
오늘말. 비고 차다
시골에서 살며 서울이웃을 만나면 이따금 ‘농가주택’에 사느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한자말 ‘농·농사’는 ‘논밭·논밭일’을 가리키고, 한자 ‘가(家)’는 ‘집’을 가리킵니다. 한자말 ‘주택’도 ‘집’을 가리켜요. 정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농가’라 하면 되고, 헷갈리지 않으려면 ‘시골집’이며 ‘논밭집’이라 하면 됩니다. ‘흙집’이라 해도 되어요. 시골이 어떤 터전인지 바라보지 않으려 하니 ‘농가주택’뿐 아니라 ‘농사일’처럼 겹말을 쓰면서 겹말인 줄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서 부스러기를 비우고 고요히 첫자리에 서기를 바라요. 어른끼리 주고받을 말이 아닌, 어린이하고 나눌 말을 헤아리면서 삶말로 돌아올 노릇입니다. 겉보기로 넘치는 듯한 사람이라면 으레 텅텅 비게 마련입니다. 속으로 물결치는 사람이기에 사랑으로 가득한 숨빛이에요. 틈이 있어서 겨울에 찬바람이 휭휭 들어온다지만, 숨을 쉴 틈이 있기에 겉치레 아닌 속가꿈을 합니다. 있어 보이려 하기에 없는 사람이고, 있는 그대로 살림을 짓기에 모자랄 일이 없는 사람이에요. 수수한 시골채로 달려갈 수 있는 빈꽃을 가만히 그려 봅니다.
ㅅㄴㄹ
거슬러오르다·달려가다·달려오다·돌아가다·돌아서다·돌쳐서다·돌아오다·되돌아가다·되돌아오다·되돌다·오다·가다·제자리·첫자리·처음 ← 회귀(回歸)
겉·겉모습·겉치레·겉보기·비다·빈몸·빈터·빈곳·빈꽃·빈눈·없다·틈·틈새·틈바구니 ← 색즉시공(色卽是空)
가득하다·가득차다·넘실거리다·넘치다·많다·물결치다·속·숱하다·수두룩하다·차다·있다·하다 ← 공즉시색(空卽是色)
논밭집·논밭일집·시골집·시골채·흙살림집·흙일집·흙집 ← 농가(農家), 농가주택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