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2022.12.7.
오늘말. 쪼글쪼글


우리말 ‘점잖다’는 ‘점지 않다(젊지 않다)’인 얼개이지만 ‘점잖다 = 늙다’이지는 않습니다. ‘점잖다 ≒ 어질다’라 할 만하고 ‘늙다 ≒ 낡다’라 할 만해요. 그저 나이만 많을 적에는 늙네나 늙은이입니다. 철이 들면서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참한 숨빛을 드러내기에 점잖다고 해요. 어린이를 마음으로 아낄 줄 알기에 어른이라 합니다. 어린이를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아낄 줄 모르면 늙다리예요. 이웃을 돌아보는 착한 눈빛이기에 얼찬이요, 이웃을 안 돌아보기에 꼬장짓이나 꼰대질입니다. 다부지게 일할 줄 아는 젊은이는 어른답게 살아갑니다. 미덥지 않게 발뺌하거나 노닥거리는 젊은이는 그저 쪼글쪼글 쭈글쭈글 나이로 찍어누리는 얕은 마음보로 기울어요. 나이가 몇 살이더라도 스스로 의젓할 노릇입니다. 낡아빠진 몸과 마음인 늙사람이 된다면 늙은네 스스로도 기쁠 일이 없어요. 곱게 나이들면서 너른 눈길을 펼 줄 안다면 스스로 기쁘게 마련이에요. 아이라면 아이같이 해맑게 놀기에 빛납니다. 어른이라면 어른같이 해밝게 일하기에 눈부십니다. 그윽히 빚은 살림을 물려주는 할매가 아름답습니다. 알뜰살뜰 여민 삶을 남기는 할배가 아름찹니다.

ㅅㄴㄹ

늙다·늙은이·늙사람·늙은사람·늙은내기·늙네·늙님·늙은네·늙으신네·늙다리·늙둥이·주름살·쪼글쪼글·쭈글쭈글·굽다·꼬부랑·꾸부렁·할머니·할아버지·할매·할배·할할머니·할할아버지·어르신·어른·어른같다·어른답다·어른스럽다·얼찬이·꼬장꼬장·꼬장꼬장하다·꼬장이·꼬장질·꼬장짓·꼰대·꼰대질·꼰대짓 ← 노인(老人), 노인장

당차다·다부지다·씩씩하다·의젓하다·기운차다·힘차다·믿음직하다·미덥다 ← 용사(勇士), 용자(勇者)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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