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9.


《조국은 하나다》

 김남주 글, 남풍, 1988.9.1.



능금이며 배를 장만하는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두 아이가 과일을 손수 깎아서 먹은 지 몇 해째일까. 꽤 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고 싶은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버지한테서 부엌칼이나 과일칼을 받아서 석석 도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살점을 너무 많이 도렸으나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고, 이러기를 두어 해쯤 지나자 두 아이 모두 껍질을 얇게 도려내더라. 우리 집은 새랑 벌나비랑 개미랑 애벌레하고 열매를 나눌 뿐인데, 마을 할매들은 우리 감나무에 멧새가 내려앉아 감을 쪼는 모습을 보고서 수군거린다. 저녁에 넷이 둘러앉아 〈스타 트렉〉 한 자락을 함께 본다. ‘Q’가 사람몸을 입은 이야기가 재미있다. 《조국은 하나다》를 또 새로 장만해서 새로 읽었다. 처음 장만해서 읽던 무렵만 해도 이녁 노래를 읽은 이웃을 꽤 보았으나, 갈수록 이녁 노래를 읽은 이웃을 보기 어렵다. 목청을 내야 할 적에는 입을 다물고, 이름·돈·힘을 뽐내거나 거머쥐는 자리에서만 목청을 내는 글바치가 수두룩하다. 그럴밖에 없는 서울나라일 텐데, 삶글도 살림글도 사랑글도 숲글도 아닌, 이름글에 돈글에 힘글을 쓰려고 멋부리거나 치레하는 이 나라이다. “나라는 하나다”는 이제 옛말일 테지만, “별은 하나다”처럼 새롭게 말하고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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