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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평화론 - 비판정본 ㅣ 독도 길을 읽다 1
안중근 지음 / 독도도서관친구들 / 2019년 6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2.12.5.
인문책시렁 260
《비판정본 동양평화론》
안중근
독도도서관친구들
2019.6.15.
《비판정본 동양평화론》(안중근, 독도도서관친구들, 2019)을 곰곰이 읽습니다. 안중근 님이 남긴 ‘한문’을 우리글로 옮긴 《동양평화론》은 진작 다른판으로 읽었는데 ‘비판정본’이 나온 줄 뒤늦게 알고서 새롭게 읽어 보았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안중근(1879∼1910) 님은 우리글로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우리 겨레가 읽자면 우리글을 쓸 노릇일 텐데, 아무래도 우리글을 배울 겨를이 없었다고 여겨야 할 테지요. 주시경(1876∼1914) 님하고 엇비슷한 나낱을 살다가 떠난 안중근 님인데, 나라사랑·나라걱정을 하면서 ‘낡은 틀(한문)’을 버리고서 ‘새길(한글)’을 찾자는 마음까지 바라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지난날에 모든 낡은 틀을 버리고서 새길을 찾고 펴면서 홀로서기(독립운동)에 나선 사람은 뜻밖에 적었거든요.
아무래도 우리글 아닌 한문으로 남은 글인 터라, 게다가 손글씨로 남은 글을 되옮긴 터라, 옮겨쓴 이가 잘못 적는다든지, 뜻을 새길 적에 엉뚱하게 새길 수 있다지요. 이리하여 ‘비판정본’을 내놓는데, ‘비판하는 정본’이라는 낡은 말씨를 쓰기보다는 ‘되새김’이나 ‘바른고침’처럼 우리말로 쉽게 쓰는 길을 헤아리면 한결 나았으리라 봅니다.
한문을 옮기다 보니 한문처럼 예스런(낡은) 말씨를 일부러 쓰기도 하는데, 굳이 예스런(낡은) 말씨를 쓰기보다는 오늘말에 맞게 더욱 쉽고 부드럽게 풀어서 어린이도 스스로 읽을 만한 글로 가다듬으면 훨씬 낫겠다고 여겨요. 그러니까 ‘어른이 읽도록 새긴 우리글’에다가 ‘어린이가 읽도록 손질한 우리글’로 두 가지 판을 한다면 더 뜻있겠지요.
이러구러 안중근 님은 아름길(평화)을 바라는 뜻이 그윽하면서 단단합니다만, ‘하늬녘(서양)·새녘(동양)’이 다투는 얼개에 머무른 듯싶습니다. 하늬녘에도 들꽃사람이 있고, 일본에도 들꽃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괘씸꾼이 있고, 하늬녘이며 일본에도 괘씸꾼이 있어요. 아름길은 온누리 들꽃사람을 헤아리면서 손잡는 길을 바라보아야 이루리라 봅니다. 곧 ‘동양평화’ 아닌 ‘세계평화’를, 그러니까 ‘온아름’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요. 바른고침으로 나온 《동양평화론》인 만큼, 풀이를 할 적에 이런 이야기를 곁들이면 돋보였을 텐데, 이 대목까지는 나아가지 못 하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농사짓고 장사하는 일보다 예리한 무기를 연구하는 일에 더 열중하여 전기포·비행선·잠수정을 새롭게 발명하니, 이것들은 모두 사람을 해치고 사물을 손상시키는 기계이다. (85쪽)
오늘날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환난을 동양 인종이 일치단결하고 힘을 다해 방어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계책이다. 비록 어린아이라도 이를 알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일본은 이런 순조로운 형세를 둘러보지 않고, 같은 인종인 이웃나라를 착취하고 우의友誼를 갑자기 끊어버려 스스로 방휼지세蚌鷸之勢를 취하여 어부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는가? 한국과 청국 두 나라 사람들의 소망이 크게 꺾이고 말았다. (93쪽)
지난 갑오년(1894년), 일본과 청국의 전쟁을 따져 보면, 그때 조선국에서는 좀도둑인 동학東學 무리의 소요騷擾로 말미암아 청국과 일본 두 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바다를 건너왔고, 허락 없이 전쟁을 시작하여 서로 충돌하였다. (97쪽)
안타깝다! 그러므로 자연의 형세를 돌보지 않고 같은 인종과 이웃 나라를 착취하는 자는 끝내 독부獨夫의 우환을 반드시 면치 못할 것이다. (1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