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게 친절하세요 - 화성의 인류학자 템플 그랜딘 이야기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6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빅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동물자유연대 추천 / 책속물고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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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5.

맑은책시렁 284


《소에게 친절하세요》

 베아트리체 마시니 글

 빅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1.5.



  《소에게 친절하세요》(베아트리체 마시니·빅토리아 파키니/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를 읽고서 한참 되새깁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퍼진 ‘개○○’나 ‘○새끼’ 같은 말씨는 이제 막말·깎음말이라 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개’나 ‘강아지(새끼)’라는 이름이 막말·깎음말일 수 있을까요?


  빗대어 깎는다고 여깁니다만, 사람들이 치고받거나 괴롭히거나 할퀴면서 내뱉는 말씨는 오히려 ‘개한테 버르장머리없는 말’이지 싶습니다. 이제는 ‘소○○’나 ‘닭○○’나 ‘돼지○○’처럼 쓰기도 하는데, 소나 닭이나 돼지나 개를 비롯한 모든 숨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이런 말을 지껄이더라도 막말·깎음말로 안 느낄 만합니다.


 누가 “함박꽃 같은 얼굴이에요!” 하면 반갑고, “호박꽃 같은 얼굴이네요!” 하면 안 반가운가요? 꽃을 꽃으로 여겨 마음으로 품는 사람이라면, 달걀꽃이건 탱자꽃이건 딸기꽃이건 하늘타리꽃이건 개미취꽃이건 모두 반가이 여기리라 생각합니다. 꽃을 꽃으로 여기지 않으니 몇몇 꽃을 ‘못생기거나 나쁘다’고 스스로 깎아내리는구나 싶어요.


  템플 그랜딘 님 삶자취를 가볍게 짚은 《소에게 친절하세요》입니다. 템플 그랜딘 님을 다룬 어린이책이 꽤 되는데, 이 가운데 《소에게 친절하세요》가 템플 그랜님 님 마음빛이나 삶길을 가장 잘 다루었다고 느낍니다. 바깥(사회)에서는 이분을 ‘자폐 장애인’으로 여기는데, 이런 이름이건 저런 이름이건 템플 그랜딘 님은 템플 그랜딘일 뿐입니다. 2022년에 선보였지 싶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템플 그랜딘 님 삶자락을 바탕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저는 보임틀(텔레비전)을 쳐다볼 마음이 없기에 ‘우영우’는 앞으로도 안 보려고 합니다. 다만 진작부터 템플 그랜딘 님 삶은 책하고 그림(영화)로 만났어요. 앞으로도 이분 삶은 책으로 만나려고 해요.


  새롭게 담아내는 틀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보여주기’는 달갑지 않습니다. 템플 그랜딘 님은 마음으로 소랑 이야기를 하는 하루를 살았기에 오늘날 이 푸른별 한켠을 푸르게 추스르고 가꾸는 길을 걷습니다. 보임틀이 ‘보여주기’가 아니었다면 “이상한 변호사”가 아닌 “즐거운 흙지기(농사꾼)”라든지 “노래하는 어버이(부모)”를 이야깃감으로 잡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구태여 변호사를 해야 할까요? 굳이 교사·판사·의사처럼 ‘-사’가 붙는 일을 해야 할까요? ‘-사’가 붙는 일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면 ‘버스기사’나 ‘이발사’나 ‘조산사’ 이야기를 담기를 바랍니다.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을 펴듯, 사랑받고 자라나는 숨결이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오직 이뿐입니다.


ㅅㄴㄹ


그 친구가 먼저 템플에게 ‘지진아’라고 소리쳤단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템풀의 모든 것을 두고 놀렸고, 아이들의 말이 템플에게 총칼이 되어 날라왔다. 다른 아이들은 말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었지만, 템플은 분노와 좌절을 모두 자기 안에 가둬 둘 수밖에 없었다. (33쪽)


탬플은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들이 주사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덩치 큰 소들에게 작디작은 주사 바늘은 거의 아프지 않았을 것이었다. 소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목장의 혼란과 소음, 카우보이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42쪽)


“제가 만든 시설은 가축을 올바른 태도로 다루면 필요가 없는 것들이에요. 설비를 완벽하게 만들어도, 일하는 사람이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 없이 다룬다면 아무 가치가 없고요.” (63쪽)


“학대받는 소는 고기로도 상품 가치가 떨어져요. 다르게 말하면 누구에게도 학대를 받지 않아 상처가 없는 소가 육류 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닌 그 동물들 자체를 먼저 생각해요.” (69쪽)


“사람들이 날 동물과 비교해도 나는 기분 나쁘지 않아요. 개나 소는 존경할 만한 성품을 갖고 있어요. 이 동물들은 자기들과 같은 종류의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받거나 죽는 끔찍한 전쟁은 벌이지 않아요.” (8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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