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2022.12.5.
오늘말. 풋콩빛
푸릇푸릇 싹이 돋습니다. 갓 돋은 싹이며 잎은 옅푸릅니다. 푸른빛이되 옅어서 옆푸른 잎빛이에요. 한자 ‘두(豆)’가 ‘콩’을 가리키는 줄 못 느끼는 분이 무척 많아서 흔히 잘못 쓰는 ‘완두콩’이란 이름입니다. 우리말로는 ‘동글콩’이나 ‘풋콩’이에요. 풋풋하고 동그란 풋콩을 닮은 빛깔이라면 풋콩빛입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흰옷을 배달옷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베나 모시나 솜으로 지은 옷은 하얗습니다. 풀한테서 얻은 실로 천을 짜서 옷을 지어 고이 물려줍니다. 두고두고 입은 옷이 닳으면 걸레로 삼다가 흙으로 돌아가고, 어느새 푸나무를 새로 살찌우는 밑거름으로 거듭납니다. 버림치가 없이 살림을 건사하던 무렵에는 진구렁에 빠지듯 돈수렁에 잠긴 사람이 없어요. 버림치가 불거지면서 가난한 사람이 나옵니다. 임금하고 벼슬아치가 올라서서 으르렁거리니 벌거벗어 고단한 사람이 나와요. 왜 총칼을 만들어 사람들을 살림벼랑에 내몰까요? 꽃 가운데 가녀린 가난꽃입니다. 나누고 손잡고 어깨동무하면서 함께하는 하늘빛을 한겨레 내림빛이며 나라얼로 삼아야 비로소 저마다 넉넉하겠지요. 빼앗는 놈이 있으니 쪼들리는 님이 있습니다.
ㅅㄴㄹ
들빛·잎빛·옅푸른·푸르다·풀빛·풋빛·풋콩빛 ← 연두(軟豆)
겨레옷·나라옷·마을옷·내림옷·물림옷·우리옷·한겨레옷·배달옷·옛옷·오래옷·오랜옷 ← 전통의상, 민족의상, 한복(韓服)
가난하다·가난이·가난뱅이·가난님·가난꽃·굶다·굶주리다·주리다·배고프다·벗다·발가벗다·벌거벗다·발가숭이·벌거숭이·돈없다·돈벼랑·돈수렁·돈앓이·살림고비·살림벼락·살림벼랑·살림수렁·수렁·진구렁·바닥·밑바닥·쪼들리다·허덕이다·허우적대다 ← 빈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