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숲노래 마음노래 . 찾아왔다


무엇이든 제때에 나타나. 언뜻 보면, 왜 이렇게 늦거나 이르냐고 툴툴거릴 수 있는데, ‘늦은 제때’이고 ‘이른 제때’일 뿐이야. 늦게 나타나는 일도 ‘제때’이고, 이르게 나타나는 일도 ‘제때’란다. 뭔가 반가운 일도 싫은 일도 좋은 일도 서운한 일도 그저 ‘제때’야. 너희 몸은 ‘느낌’을 먹으면서 ‘마음’을 차근차근 이룬단다. 모든 느낌을 고이 여기면서 보렴. ‘이 느낌’은 무엇을 보고 배워서 살아내라는 뜻일까? ‘저 느낌’은 무엇을 보고 배워서 사랑하라는 뜻일까? 날마다 똑같은 느낌만 찾아오더라도 ‘제때’란다. 이 똑같은 느낌이 나한테 무엇을 보여주면서 가르치려 하는가를 가만히 생각해서 마음에 담으렴. 서울 밤하늘에 별이 거의 안 보이더라도 별은 늘 반짝이잖니? ‘별이 없다고 느낄 만한 서울’이라는 곳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야. 다들 별빛쯤 잊거나 잃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그곳에서는 무엇을 보고 느낄까? 그곳이 아닌 이곳에 있는 너는 무엇을 보고 느끼나? 서로 다른 밤하늘을 보고 느끼는데, 서로 말이 섞일 만할까? 서로 다르게 보고 느낄 텐데, 마음이 만날 수 있을까? 걱정스런 일이 찾아오니? 즐거운 일이 찾아오니? 하루는 얼마나 길거나 짧니? 알고 싶으면 물어봐야 해. 네가 물어볼 때마다 이야기를 지을 수 있는 ‘제때’가 찾아온단다. 이때(제때가 찾아올 때)마다 새록새록 느끼고 보기를 바라. 네 수수께끼는 네가 풀려고 ‘너(나)’라는 옷을 입고 태어나거든. “말도 안 돼! 내가 어떻게 풀어?” 하고 외치거나 생각한다면, 네가 스스로 풀 때까지 ‘늘 같은 일’이 찾아온단다. 2022.11.30.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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