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2 미움



  나쁜말이나 좋은말이 있다고 여기면 뜻풀이가 어긋납니다. 어느 말은 좋은말이라 좋게 풀이하고, 어느 말은 나쁜말이라 나쁘게 풀이한다면, 그만 낱말을 낱말대로 바라보는 눈길이 아닌, 치우치거나 비틀린 마음으로 이끌고 말아요. ‘좋다·나쁘다’를 나타내는 낱말은 있되, 낱말로만 놓고 보면 “나쁜말도 좋은말도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좋게 품으면서 쓰는 낱말”하고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서 쓰는 낱말”이 있습니다. 때·곳·자리·흐름·마음·삶에 따라 “어떤 마음을 어떻게 그리느냐”를 헤아려야 비로소 뜻풀이를 차분하게 다스리면서 말빛을 북돋웁니다. 낱말책을 엮는 일꾼뿐 아니라, 낱말책을 읽는 사람 스스로 “이 말은 좋잖아? 이 말은 나쁘잖아?” 하고 섣불리 금을 긋는다면, 그만 우리 삶을 좋거나 나쁘게 가르면서 미움(증오)을 퍼뜨리기 쉽습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새로 낳고, 금긋기도 늘 금긋기를 새로 낳아요. 낱말풀이는 “낱말하고 얽힌 삶결을 헤아려서 고스란히 옮기는 길”로 갈 노릇입니다. “낱말에 담은 삶빛을 살펴서 그대로 적는 길”로 가야지요. ‘싸움·때리다·죽이다·놈·년’은 나쁜말도 좋은말도 아닙니다. 이런 낱말에 어떤 삶을 왜 어떻게 담으며 썼는가를 밝히면서 새길을 이끌 낱말책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