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세계사 - 역사를 아는 만큼 미래가 보인다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1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책읽기/숲노래 인문책 2022.11.30.

인문책시렁 254


《10대와 통하는 세계사》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4.5.



  《10대와 통하는 세계사》(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를 읽다가 “조선의 세종은 15세기에 독창적인 문자 ‘한글’을 창제하는 획기적 업적을 이뤘습니다(156쪽).” 같은 대목이 걸립니다. ‘세계사’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세종이 지은 글을 ‘훈민정음’으로 올바로 적을 노릇입니다.


  ‘한글’이란 이름은 조선이 무너지고 나서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조선 내내 뒷전에 내몰렸던 ‘훈민정음’이란 글을 조선사람 누구나 마음을 담아내어 쓰도록 새롭게 여미고 갈무리하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지은 길입니다. 이른바 ‘사투리’라 하는데, ‘사투리인 말’은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하던 수수한 사람들이 새롭게 지어낸 살림(발명품)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스스로 살림을 안 짓고 다른 사람을 부리던 힘꾼·이름꾼·돈꾼이 따로 지어낸 굴레입니다. 우두머리·임금(권력자·왕)은 위아래틀(신분제)을 세우려고 글을 지어서 그들끼리만 쓰려고 했습니다. 온누리 발자취를 돌아보면, 우두머리·임금하고 벼슬아치·글바치 아닌 이들이 글을 넘보거나 구경하거나 배우려 했다가는 목아지가 날아갔습니다. 종살이(노예생활)처럼 억눌린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지어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되, 수수한 사람을 억누르던 힘꾼(권력자)는 글을 부리는 높다란 자리를 쌓았어요.


  오늘날 우리나라 열린배움터 글자락(대학교 논문)은 매우 어렵습니다. 숱한 글바치는 우리말을 안 씁니다. 다들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쓰지요. 그들은 왜 우리말을 안 쓸까요? ‘어렵게 쓰며 잘난척하는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이란 ‘글힘(문자권력)’이거든요. 수수한 사람들이 넘보지 못 하도록 울타리를 쌓아요.


  ‘문학평론·영화평론’을 보면 어렵잖이 알 만합니다. ‘평론가’는 모름지기 “아무나 평론을 못 하도록, 그러니까 아무나 글을 못 쓰도록” 높다랗게 울타리를 쌓아서 끼리질(카르텔)을 일삼습니다.


  그동안 나온 ‘세계사’ 책은 으레 싸움질(전쟁)만 다루었다면, 손석춘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세계사》는 ‘글’을 제법 다룹니다. 이 대목을 눈여겨보아야지 싶어요. 나라힘을 거머쥔 우두머리는 언제나 ‘글힘’을 앞세우거나 휘둘렀습니다. 총칼힘만으로는 나라를 움켜쥐지 못 해요. 글힘으로 사람들을 길들이고, 글힘으로 우두머리를 치켜세웁니다. ‘교육·문학·종교·역사·철학’ 모두 ‘글’로 합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글’로 다스립니다. 이들은 ‘말’을 돌보지 않습니다.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펴는 들꽃 같은 사람들은 ‘글’을 부리지 않아요. ‘말’을 살찌웁니다. 말을 살찌우는 들꽃사람은 위아래를 안 가르고 동무랑 이웃으로 어우러집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언제나 ‘말이 아닌 글로’ 그들 뜻을 펴려 하고, 늘 위아래를 갈라요. ‘문학상·등단·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같은 이름도 ‘글잡이가 부리는 글힘’입니다.


  거의 모든 새뜸(신문·방송)이 서울과 큰고장 이야기만 다루는 대목을 알아챌 노릇입니다. 새뜸은 왜 시골을 안 다룰까요? 새뜸으로 ‘글’을 펴는 이들은 왜 들숲바다에서 안 살까요? 우리가 읽는 ‘발자취(한국사·세계사)’는 참말로 발자취가 맞을까요?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 이야기만 발자취로 남기는 그들이지 않나요?


  이제는 발자취를 처음부터 새롭게 쓸 일입니다. 우두머리 이야기를 덜어내야지요. 벼슬아치 꿍꿍이를 털어야지요. 글바치 굽신질을 씻어야지요.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하루를 발자취로 삼아, 서로 삶·살림·사랑을 나누는 오늘을 씨앗으로 적바림할 일입니다.


ㅅㄴㄹ


많은 언어학자들이 지금도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면 할수록 신비롭다고 감탄합니다. 이를테면 지능이 발달하지 않았을 유아기에 그것도 짧은 시일에 언어를 습득하는 모습은 인간이 언어 습득의 선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거죠. (37쪽)


신들이 힘든 노동을 맡기 싫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우리는 초기 인류의 노동 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50쪽)


알렉산더로 상징되는 ‘정복 전쟁’이 그 이후로도 세계사에서 이어진 이유를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문자를 독점한 지배 계급은 민중들의 생각과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지요. (62쪽)


일본은 중국과의 전쟁 수행을 위한 원유와 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동남아시아를 침략했지요. 태평양으로 세력권을 확장해 가며 이를 ‘대동아 공영권’으로 선전했습니다. (25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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